불량 웨이퍼 통해 매출 '뻥튀기'
M&A 가치 있으면 법정관리
금융당국, 특별감리 준비 중…'적정'의견 낸 한미회계 조사할 듯
[ 김병근 기자 ] ▶마켓인사이트 7월25일 오후 3시41분
4000억원대 무역금융 범죄 혐의가 드러난 메이플세미컨덕터가 인수합병(M&A) 조건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는다.
25일 법조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메이플세미컨덕터에 대해 M&A 조건부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청에 일반 기업회생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지난 6월 M&A 조건부 기업회생으로 방식을 바꿔 다시 신청한 것을 회생법원이 받아들였다.
서울회생법원은 삼일회계법인을 공식 조사위원으로 선정하고 이 회사의 기업가치 평가를 맡겼다. 삼일회계법인은 9월 중순까지 회사가 M&A 대상으로 가치가 있는지 평가한 뒤 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M&A 조건이 붙은 기업회생절차를 지속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플세미컨덕터는 2008년 설립된 전력반도체 회사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등에 탑재돼 전력 사용량을 조절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이 회사는 개당 500원짜리 불량 웨이퍼(반도체 제조용 실리콘 기판) 가격을 최대 100만원으로 부풀려 중국 기업 세 곳에 팔고 국내의 또 다른 업체가 이 제품을 수입하는 방식의 ‘뺑뺑이’ 거래를 통해 허위 매출을 일으키다가 적발됐다. 2011년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294차례에 걸쳐 허위 수출 신고로 실적을 조작했다는 게 관세청 설명이다. 김철수 서울세관 외환조사과 과장은 “회사가 직접 ‘사용 불가능’이라고 써 붙인 불량 웨이퍼를 정상 제품으로 둔갑시켜 유통시켰다”며 “과거 모뉴엘은 본인이 수출업자이면서 수입업자 노릇도 했는데 메이플세미컨덕터는 중국 현지기업 및 국내 제3의 수입업자와 공모하는 식으로 수법이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총 피해 규모는 4049억원에 달한다. 무역금융 부당대출 1370억원, 재산 해외 도피 23억원, 밀수출입 270억원, 해외 불법 예금 1426억원, 수출입 물품가격 허위신고 960억원 등이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증권금융, IBK투자증권 등은 기업공개(IPO) 기대감에 수십~수백억원의 지분 투자를 했다. 메이플세미컨덕터는 201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여러 차례 밝혔다는 게 증권업계 전언이다.
금융당국도 이 회사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위탁을 받아 비상장사를 감리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특별감리를 준비 중이다.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인 만큼 감리 사정권에는 한미회계법인도 들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회계법인은 메이플세미컨덕터가 외감 법인 대상이 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외부감사를 맡아 2015회계연도까지 ‘적정’ 의견을 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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