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남미 30개국 종횡무진…"퓨전 국악 흥과 멋 수출에 앞장"

입력 2017-07-25 18:49
문화예술 패스파인더 (2) 국악 세계화 이끄는 '공명'

새 연주기법·선율 꾸준히 개발…국제 무대 통하는 국악 실험
영상예술과 크로스오버 작업도

26일 프랑스 한국문화원 초청 콘서트
29일 벨기에 '스핑크스믹스드' 참가
"세계 시장서 충분히 경쟁력 있어"


[ 양병훈 기자 ]
“맨날 하던 것, 중복되는 것에는 관심이 안 가요. 저도 모르게 자꾸 낯선 걸 찾게 되더라고요. 너무 흔하면 존재 의미를 잃어버리는 느낌이거든요.”

국내에서 가장 명성 있는 국악팀 중 하나로 꼽히는 ‘공명(共鳴)’의 리더 송경근 씨(43)는 음악관을 묻는 말에 25일 이같이 답했다. 국악팀의 음악관이 전통을 지키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송씨는 “전통음악을 한다는 게 반드시 옛것을 그대로 따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꾸준히 새로운 연주 기법과 멜로디를 개발해 국악에 덧붙여야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국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멤버 박승원 씨(43)는 “국악을 즐기는 사람 수가 국내에서는 적지만 세계 무대로 나가보면 각 나라의 전통음악을 즐기는 ‘월드뮤직 마니아층’이 제법 된다”며 “세계 무대를 목표로 하는 국악은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명은 1997년 송씨와 박씨, 강선일 씨(43) 등 추계예술대 국악과 동기들이 의기투합해 조성한 팀이다. 2010년부터는 원년 멤버인 조민수 씨 대신 임용주 씨(36)가 합류했다.

공명은 결성 당시부터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오르거나 인디음악 공연장이 모인 서울 홍대입구에서 공연하는 등 화제를 몰고 다녔다. 국악기와 서양악기를 함께 연주하거나 국악기로 서양 멜로디를 연주하는 시도에도 앞장섰다. 당시는 국악이라고 하면 두루마기를 입고 나오는 전통 국악만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이런 까닭에 국악의 현대화를 이끄는 주역으로 평가돼 초등학교와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공명의 신선한 도전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악기를 직접 개발해 공연에 쓴 적도 많다. 예컨대 헬륨가스를 넣은 풍선을 스피커에 매달아 스피커의 진동(소리)을 풍선이 전달받아 퍼뜨리도록 한 장치를 만들었다. 송씨는 “디지털화된 소리를 아날로그 차원의 소리로 다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전선 철책의 철사를 뽑아 ‘통일피아노’를 제작한 적도 있다. 통일의 염원을 담은 악기를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강씨는 “당시 피아노 제조 회사에 ‘철책선으로 피아노를 만들 수 있냐’고 문의했는데 모두 불가능하다고 해 직접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통일피아노는 현재 도라산역(남한 내 경의선 최북단역)에 전시돼 있다.

다른 예술분야도 넘나든다. 영상을 제작해 공연할 때 배경으로 튼 적도 많다. 최근에는 대나무숲, 바닷가, 산 등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을 영상으로 담는 작업을 주로 했다. 임씨는 “어울리는 영상을 틀면 음악을 더 멋스럽게 연주할 수 있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 전자음악과 국악을 접목한 실험적인 공연 ‘힉스’를 제작했는데 이 공연은 전시회장에서 하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명의 시도는 세계에서 갈채받고 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서구 선진국은 물론 멕시코 칠레 브라질 같은 남미 국가, 짐바브웨 모리셔스 등 아프리카에서도 초청공연을 했습니다. 30개국을 넘게 다녔으니 국내 국악팀 가운데 가장 해외 공연을 많이 한 거죠.”

26일에는 프랑스한국문화원 초청으로 현지에서 콘서트를 하고 오는 29일에는 벨기에서 열리는 스핑크스믹스드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일본(9월), 대만(10월) 등 다른 해외 공연 일정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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