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이태원 클럽 절반, 화재에 무방비

입력 2017-07-24 18:51
스프링클러 먹통…피난통로는 소파·청소 집기로 막혀

서울시 재난본부 첫 불시 점검
17곳 중 10곳 규정위반 적발
실내 어둡고 안전 통제 어려워
성범죄·마약 범죄 '사각지대'로


[ 박상용 기자 ]
지난 20일 밤 11시께 서울 홍대의 한 클럽에 소방공무원과 경찰관 10여 명이 들이닥쳤다. 클럽이 소방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경찰이 불시 점검에 나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단속에 일부 클럽 관계자들은 반발했지만 점검 결과를 듣고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재난본부 관계자는 “클럽의 절반 이상이 소방안전 규정을 위반했다”며 “화재가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도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서울 홍대와 이태원, 강남 일대에 있는 클럽 상당수가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폭행 사건도 끊이지 않는 등 클럽의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클럽 절반 이상이 소방 규정 위반

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0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홍대(8곳)와 이태원(8곳), 강남(1곳) 일대에 있는 클럽 17곳을 불시 점검했다. 일선 소방서가 아니라 재난본부가 직접 점검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면적 330.5㎡ 이상이면서 지하에 있는 클럽을 대상으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5일 홍대 클럽에서 취객이 깨진 소주병을 휘둘러 14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 뒤 클럽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 사전 통지 없이 불시에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점검 결과 17곳 가운데 10곳(58%)에서 23건의 화재 대비 불량 사항이 적발됐다. 방화구획 훼손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불이 다른 층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문이 고장 나 제 기능을 못하거나 말발굽 등 고정 장치가 임의로 설치돼 항상 열려 있었다는 게 재난본부의 설명이다. 비상구가 막혀 있거나 피난 통로에 물건이 쌓여 있는 사례도 두 건씩 적발됐다. 재난본부 관계자는 “비상구나 피난 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불이 났을 때 정상적인 대피가 어렵다”며 “좁은 통로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병목 현상이 발생해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난본부는 적발된 10곳에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는 등 행정 처분을 내렸다. 소화전 앞에 소파나 청소 집기 등 물건을 쌓아두거나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일부 적발 사항에 대해서는 조치 명령을 내렸다.

◆안전 사각지대 놓인 클럽

클럽은 화재뿐 아니라 각종 범죄의 사각지대로 변질된 경우도 많다. 실내가 어둡고 시끄러운데다 발을 쉽게 옮기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통제가 쉽지 않은 탓이다. 지난 15일 박모씨(23)가 홍대 클럽에서 깨진 소주병을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손님과 점원들은 음악 소리 때문에 상황을 빨리 파악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

성 범죄나 마약 범죄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강남의 한 클럽에서 30대 직장인이 20대 일본인 여성 관광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3월엔 강남과 이태원 등지의 유명 클럽에서 필로폰을 판매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허모씨(35) 등 30여 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클럽을 비롯한 유흥접객업소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건수는 2011년 1704건에서 2015년 2119건까지 늘었다. 하루 다섯 건꼴로 클럽에서 강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클럽은 범죄가 발생해도 빠르게 대처하기 힘든 환경”이라며 “사업자들은 안전 요원을 반드시 배치하고 안전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카카오톡 채팅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0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