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앵그르 '그랑드 오달리스크'

입력 2017-07-24 17:32
수정 2017-07-25 05:16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김경갑 기자 ] 19세기 프랑스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1780~1867)는 누드화에 천재적 재능을 보였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관능적인 여체의 곡선을 얻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너스의 황금비율을 무시하고 여인의 몸을 길게 늘이거나 왜곡시키기도 했다. 완벽한 조화와 규칙, 비례를 중시한 르네상스 시대 화풍에 싫증을 느낀 매너리즘(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 작가들의 신체 변형에 관한 연구들도 탐독했다.

터키 궁궐에서 황제의 시중을 드는 여인(오달리스크)을 사진보다 더 정교하게 묘사한 이 그림은 1814년 나폴레옹의 여동생 카롤린 뮈라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명작이다. 왼팔로 상체를 지탱하면서 비스듬하게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려 관람객을 바라보는 오달리스크의 모습을 다소 파격적인 신체 비율로 포착했다. 여인의 오묘한 표정에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낼 것만 같은 푸른색 커튼과 터번, 깃털 부채 등 동양적인 소재를 변주해 입체적 미감을 연출했다. 여기에 서양인들의 환상적 욕망을 충족해주는 아름다운 보석으로 리얼리티를 더했다.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력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유다. 작은 소재 하나하나까지 신경 쓰며 고민한 흔적에서 대가의 집중력과 세밀한 완성도를 엿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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