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한·미 통상마찰…'먹구름' 몰려온다

입력 2017-07-24 17:27
철강 관세폭탄…FTA 개정…세탁기 수입제한

미국, 수입철강 규제 조치 빠르면 이달 공식발표
철강 수출 타격 불가피

FTA 공동위원회 장소도 양국 '자국 개최' 주장하며 초반부터 기선잡기 예고

9월 세탁기 덤핑조사 발표…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


[ 김현석 기자 ] 한국과 미국 간 통상 ‘암초’가 줄줄이 부상한다. 미국 상무부는 이르면 이달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철강제품의 규제 여부를 판단한다. 다음달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오는 9월 말께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의 덤핑판매 여부를 판정할 가능성이 높다.


◆협상 장소 놓고 줄다리기

다음달 초중순께 한국 통상 관료 일부가 미국 워싱턴DC를 찾는다. 워싱턴DC의 한 소식통은 23일(현지시간)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는 건 아니고 사전답사 차원으로 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FTA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공동위원회를 8월 열자고 요청한 뒤 양국은 협상 장소를 놓고 줄다리기하고 있다. 협상 장소를 유리하게 결정해야 초반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직전 공동위원회가 서울에서 열린 만큼 워싱턴DC에서 개최하자고 통보해왔다. 한국은 위원회 성격이 달라 장소를 다시 정해야 한다는 견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19일 인사청문회에서 “특별공동위를 한국에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양 당사국이 달리 합의하지 아니하는 한 공동위원회는 다른 쪽(개최 요청을 받은 쪽) 당사국의 영역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철강 수입규제 얻어맞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 4월20일 무역확대법(1962년) 232조에 의거, 수입 철강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파급효과(위협)를 조사분석하도록 상무부에 지시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지난 13일 상원에서 관련 브리핑(비공개)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분석 결과는 이르면 이달 공식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재 수입이 안보를 침해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은 추가관세 부과, 수입쿼터 부과 등 수입 조정 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

미 상무부의 궁극적 목표는 중국 철강산업 견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산 철강의 미국 내 점유율은 1%대로 미미하지만 한국 베트남 등에서 재가공된 뒤 수출돼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게 미국 측 인식이다. 셰러드 브라운 미 상원의원은 “중국이 철강제품을 제3국에 공급해 세계 시장 가격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조치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한국 업계가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열연 냉연 후판 등 주력 제품이 반덤핑 관세 폭탄을 맞은 탓에 한국 철강업체의 작년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21.3% 급감했다. 370만t 수준으로 미국 철강 수입량의 12%를 차지했다. 이 중 파이프·튜브, 판재류 등에선 수입 1, 2위를 다투고 있다.

◆9월엔 세탁기 수입제한?

삼성전자 LG전자의 미국법인 관계자들은 최근 ITC에 불려다니고 있다. 4월 월풀이 ITC에 수입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매겨달라고 요청해서다. 멕시코와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가 반덤핑 판정을 받자 삼성과 LG 측이 대신 베트남과 태국산 세탁기를 미국에 들여와 덤핑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고 월풀은 주장했다.

ITC는 9월7일 공청회를 거쳐 10월5일까지 월풀의 피해 여부를 판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판정 결과에 따라 이르면 9월 말께 삼성 LG 세탁기에 긴급 세이프가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과 LG는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현지공장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일러야 내년부터나 생산이 가능하다. 9~10월 수입이 금지되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힘들다는 얘기다. 삼성과 LG는 2012년 6.6%, 10.1%이던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을 올 1분기 17%와 13.4%로 각각 끌어올렸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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