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17번홀 '천금같은 버디'
1타차로 박소연 꺾고 정상
올 시즌 세 번째로 다승
[ 최진석 기자 ]
폭우와 안개로 경기가 순연된 가운데 우승컵의 주인도 마지막 순간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총상금 5억원) 최종 3라운드에선 날씨가 심술을 부렸다. 오전 내내 비가 내렸고 오후 들어 비는 그쳤지만 짙은 안개가 선수들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23일 경기 파주시 서원밸리CC(파72·6566야드)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이정은(21·토니모리)과 박소연(25·문영그룹)이 18번홀(파4)까지 팽팽한 경쟁을 벌인 끝에 이정은이 우승컵을 안았다.
이날 박소연은 2번홀(파3)에서 첫 버디를 낚은 뒤 3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이정은과 공동 선두 자리에 올랐다. 이후 7번홀(파5)에서 1m가 안 되는 짧은 퍼팅을 집어넣으며 11언더파로 달아났다. 박소연은 이번 대회를 주최한 서원밸리CC의 지원을 받고 있는 선수로 이 코스가 홈구장이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등에 업고 멋진 경기를 펼쳤다.
9언더파 단독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이정은은 이날 1번홀(파4)에서 아쉽게 버디를 놓치며 초반 기선 제압에 실패했다. 그는 3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뒤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해 박소연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9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다시 공동 선두 자리에 복귀했다.
공동 선두로 후반을 시작한 두 선수는 매치플레이를 연상하는 샷 대결을 벌였다. 박소연이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고 12언더파 단독 선두로 도망갔다. 하지만 바로 다음 11번홀(파5)에서 짧은 퍼트를 놓치며 이날 첫 보기를 범해 공동 선두로 돌아왔다. 12번홀(파4)에선 이정은이 반격했다. 5m짜리 버디 퍼팅이 컵 오른쪽을 타고 들어가며 12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섰다. 이정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15번홀(파4)에선 박소연이 다시 버디를 잡으며 12언더파 공동 선두에 올랐다. 3개 홀을 남겨놓고 우승 경쟁을 하던 두 선수의 팽팽한 균형은 17번홀에서 깨졌다.
박소연이 버디를 놓친 틈을 타 이정은이 침착하게 2m짜리 버디를 성공하며 13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정은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타수를 지키며 우승했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
박소연은 2013년 정규 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릴 기회를 잡지 못하고 뒷심 대결에서 밀려 통산 다섯 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18번홀의 장거리 버디 퍼팅이 컵을 맞고 나온 게 못내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정은은 지난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시즌 2승을 달성했다. 김지현(26·한화), 김해림(28·롯데)에 이은 올 시즌 세 번째 다승자다.
이정은은 “정말 우승하고 싶었는데 잘 마무리해서 기쁘다”며 “공격적으로 경기한 것이 먹혔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는 악천후 때문에 예정보다 2시간30분 늦은 오전 11시30분 시작됐다. 비가 잦아든 오후 1시부터 안개가 몰려와 오후 2시께 경기가 일시 중단됐다. 안개가 가장 짙은 4번홀(파4)에선 5개 조 15명의 선수가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경기는 오후 2시40분에야 재개됐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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