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경쟁력 높인 대우조선, 고수익 체질로 전환

입력 2017-07-23 20:02
직원 3100명 줄이고 생산직도 임금 10% 반납

고효율·친환경 LNG선 승부
기술력 세계 '톱'…중국 추격 '불허'
세계 LNG선 4대 중 1대 건조

인력 감축 등 혹독한 구조조정
임직원 23%가 희망퇴직, 내년 상반기 1000여명 추가 감축
노조도 "파업 않겠다" 약속


[ 안대규 기자 ]
‘저가수주, 분식회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대우조선해양에 만성적으로 따라붙는 꼬리표다. 그럴 만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이 회사를 살리겠다며 발표한 지원금액만 무려 10조원에 달했다. 전직 최고경영자(CEO) 두 사람은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하지만 올해가 지나면 대우조선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도 많이 바뀔 것 같다. 단순히 대규모 흑자전환 전망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업 체질이 달라졌다. 지금껏 살아남은 것은 절대적으로 정부 지원 덕분이었지만 앞으로의 생존은 자력으로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부실을 거의 다 걷어내고 남은 양질의 수주잔량(325억달러)이 든든한 자산이다.

◆‘일감절벽’ 없는 LNG선박

상반기 대우조선 실적 개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액화천연가스 운반선(LNG선)이다. 이 회사가 2014년에 집중적으로 수주한 일감이다. 당시 얼음을 깨고 극지 운항이 가능한 쇄빙LNG선 15척을 포함해 총 35척의 LNG선을 수주했다.

이들 선박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선주에 넘어가고 있다. 이때 들어오는 인도대금이 대우조선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LNG선은 제작 기간이 일반 선박보다 길다. 수주에서 인도까지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일감을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효과가 있다.

대우조선이 현대·삼성중공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감에 여유가 있는 이유다. 또 LNG선은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는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대우조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고효율 친환경 LNG선의 필수인 가스 재액화 시스템과 연료공급장치 등은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일부 기술은 세계 최고 선박엔진 설계사인 덴마크 만디젤에 공급해 특허사용료를 받고 있다. 세계에서 운항 중인 400여 척의 LNG선 가운데 25%는 대우조선이 건조한 것이다. 대우조선의 LNG선 영업이익률은 5.6%로 일반 선박(3.8%) 보다 높다.

그동안 ‘부실의 원흉’으로 지목된 해양플랜트 사업에서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재무제표상 손실로 처리한 해양플랜트 사업은 올해 대부분 이익으로 돌아왔다. 선주 측의 ‘체인지 오더(설계변경 요구에 따른 계약금 증액)’가 많았고 대우조선의 품질 개선과 납기 준수 노력이 더해져 결실을 맺었다는 설명이다.

◆올해 수주목표 무난히 달성

대우조선은 또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자평이다. 이 회사의 인건비는 연간 6500억원으로, 1년 전(1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채권단과 합의한 자구계획에 따라 2015년 말 이후 1만3500여 명의 임직원 중 23%인 31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내년 상반기까지 1000여 명의 추가 감원도 예정돼 있다.

노동조합은 “생존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았는데 노조도 제몫만 챙길 수는 없다”며 쟁의행위(파업)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 때문에 국내 조선3사 중 유일하게 사무직뿐만 아니라 생산직 근로자도 임금 10%를 반납하는 고통을 감수했다.

정성립 사장은 “올해 흑자를 달성하지 않으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배수진을 쳤고, 지난 3월부터 월급 전액을 반납하고 있다. 서울 다동 사옥, 마곡부지 등 부동산과 자회사 웰리브, 디섹 등 비핵심 자산을 팔아 지난달까지 2조650억원의 자구안도 착실하게 이행(연말 목표 76.2% 달성)하고 있다.

수주 전망도 밝다. 올 상반기 11억달러를 수주한 데 이어 다음달엔 18억달러의 수주를 앞두고 있다. 올가을 유럽 선사 등의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연간 수주목표액인 50억달러 달성은 무난하다는 설명이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옥석을 가려가며 장기적으로 전체 매출의 30% 수준에서 수주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 대우조선이 정부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해양플랜트 사업을 접기로 약속했다는 얘기가 나돌지만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막대한 수업료를 내면서 쌓은 사업 노하우를 명분 때문에 접을 수는 없다”며 “철저하면서도 보수적으로 수익성을 따져 돈이 되는 사업은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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