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원천차단"…SKT '손톱크기 양자칩' 개발

입력 2017-07-23 20:00
불규칙한 난수 생성해 통신 정보 복제 방지
IoT·자율주행차 탑재 가능


[ 이정호 기자 ] 현존 해킹기술로 뚫을 수 없는 차세대 암호기술로 알려진 양자암호통신의 대중화를 위한 핵심 장비가 개발됐다.

SK텔레콤은 23일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양자난수생성 칩(chip) 시제품(사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양자암호통신의 핵심 장비인 양자난수생성기(QRNG)를 비메모리 반도체 칩 형태로 만든 제품이다. 가로, 세로 각 5㎜ 크기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개발된 양자난수생성 칩 가운데 가장 작다.

양자암호통신은 에너지의 최소 단위인 양자(quantum)의 복제 불가능한 특성을 이용한 통신 암호기술이다. 양자의 움직임으로 만든 난수(random number)로 정보를 암호화한 뒤 빛 알갱이(광자)에 실어 보낸다. 기존 암호기술은 수학 알고리즘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커의 컴퓨팅 능력이 향상될수록 해독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양자암호통신은 양자난수생성기를 통해 만들어내는 패턴이 없는 불규칙한 난수를 암호체계로 사용하기 때문에 해킹 시도를 차단할 수 있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양자난수생성기는 사이즈가 신용카드보다 크고 가격대도 수백만원에 달해 일반 제품에 탑재하기 어려웠다. SK텔레콤이 개발한 양자난수생성 칩은 초소형으로 자율주행차, 스마트폰, 드론은 물론 사물인터넷(IoT)에 넣을 수 있다. 가격도 1만원 미만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킹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IoT 기기와 자율주행차의 보안성을 높이는 데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리서치미디어에 따르면 국내 양자정보통신 시장은 2025년 1조4000억원, 글로벌 시장 규모는 26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의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노키아와 양자암호기술 기반의 ‘퀀텀 전송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차세대 광전송 장비에 탑재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 기술원장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을 예측해 양자암호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며 “향후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양자암호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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