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27~28일 기업인과 만난다
삼성·현대차·SK 등 대기업 참석
오뚜기는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자격
경제부총리·산업부장관도 동석
과거 형식적인 대통령과의 대화 탈피 "기업인들 고충 듣고 논의하는 자리"
[ 손성태 / 장창민 / 김보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28일 이틀간에 걸쳐 14대 그룹 총수들과 상견례를 겸해 첫 간담회를 열기로 함에 따라 새 정부 들어 다소 냉랭했던 청와대와 재계의 분위기가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청와대는 23일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 간담회 일정을 발표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을 대화 주제로 제시, 대기업들이 작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총수 참석 여부는 기업서 판단”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을 주제로 깊이 있는 토론을 위해 2개 그룹으로 나누어 이틀간 개최하기로 했다”며 “과거 형식적인 대통령과의 대화 방식에서 탈피해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번 만남에서 문 대통령은 더불어 잘사는 경제, 사람 중심 경제 등 새 정부 경제철학을 기업인과 공유하고 일자리 창출 및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정부와 기업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청와대가 ‘재계 줄세우기’ 등 과거 정권의 재계 만남 방식에서 탈피하겠다고 해 기업 총수가 아니라 전문경영인이 초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초청 기업들에 만남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으니 기업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기업 총수니 전문경영인이니 청와대가 꼭 집어서 통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초 기업인들과의 만남은 7월 말~8월 초로 예상되는 문 대통령의 휴가 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법인세율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현안이 부각되면서 문 대통령 휴가 전으로 시기가 당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인세·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재계의 양해와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이틀 연속 기업인들을 만나면서 2개 그룹이 어떻게 나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일자리 창출 등 우수기업을 격려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에 당부 말씀을 할 것으로 안다”며 “이런 기준에서 기업별로 나눠 이틀간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15개 참석 기업을 7~8개씩 재계 홀짝 순위별로 2개 그룹으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기업인 목소리 전하겠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 공식 간담회 일정이 잡히자 경제계엔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새 정부와 기업인 간 첫 간담회가 원활한 소통의 장이 되길 바라면서도, 자칫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 압박만 받는 자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교차해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정도 지나 정책방향 등에 대한 윤곽이 잡힌 상황에서 간담회가 성사돼 기대가 많다”며 “새 정부의 여러 현안에 대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저임금 및 전기요금, 법인세 인상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얼마만큼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갈지는 미지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향후 전기요금 및 법인세 인상 방안 등에 대한 당위성만 늘어놓는 자리가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중견기업 오뚜기 참석 주목
오뚜기가 기업인 간담회에 포함된 것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상생협력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전반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낮지만 오뚜기는 마트에 파견하는 1800명의 시식 사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이는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함태호 명예회장의 철학에 따른 것으로 현재 오뚜기의 전체 직원 3099명 중 36명(1.16%)만 비정규직 근로자다. 식품업계에는 ‘오뚜기는 아무리 어려워도 물품값으로 제값을 준다’는 미담이 오래전부터 회자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특별히 잘한 것은 없고 오랜 기업 문화 그대로 경영했을 뿐인데 칭찬은 과분하다”며 “대통령과 기업인 면담에는 충실히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태/장창민/김보라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