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 < 산업연구원 통계분석실장 >
한국 경제의 최대 당면 문제는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전체 취업자 수는 2000~2016년 연평균 1.6%의 꾸준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나 실업률은 2016년 3.7%, 청년실업률은 9.8%를 기록했다.
경제의 고용창출력도 낮아지고 있다. 고용계수(취업자 수/실질GDP)는 2000년 2.58에서 2016년 1.74로 크게 낮아졌다. 물론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실질소득 단위당 창출되는 고용의 양은 적어지는 경향이 있으나, 일자리 양극화 현상을 볼 때 고용창출력 저하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우선 최근 내수의 일자리창출력이 부진하다. 2010~2014년 수출에 의한 취업유발인원은 연평균 4.7% 증가한 반면 내수부문인 소비와 투자에 의한 취업유발인원은 각각 2.1%,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내수 및 일자리 창출 부진에는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간 격차 확대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2000~2015년 법인의 총가처분소득은 연평균 14.6% 증가한 데 비해 가계의 총가처분소득은 연평균 4.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업의 투자 부진과 함께 가계의 소비 부진이 이어진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의 양극화도 존재한다.
고용을 생산물시장의 파생수요로 간주하는 기존의 산업발전전략 또는 성장전략은 노동수요 확대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기존의 산업발전전략은 일자리 양극화 및 고용창출력의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닌 경향이 있다. 따라서 유휴노동인력을 경제활동인구로 흡수해 노동 공급을 확대하거나, 소득 양극화 완화가 궁극적으로 자국 산출물의 수요 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산업발전전략을 보완한다면 산업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동시에 기여할 것이다. 산업발전과 일자리 창출 간 선순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성장 원천의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신성장동력 창출, 해외투자 기업의 국내 ‘유턴’을 위한 지원, 고용창출형 외국계 투자기업의 유치 등 투자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주력 수출부문인 제조업, 특히 대기업들이 신성장동력 투자 확대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높은 생산성을 내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에 잘 전파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 내 생산성전파 시스템’의 제도적 구축에 힘써야 한다.
둘째, 고용친화형 산업구조·조직으로의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고용창출력은 크지만 생산성이 낮은 부문인 중소기업, 서비스업, 지역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산업발전을 위한 정책자금 배분 시 일자리 창출은 주요한 정책목표가 될 수 있으므로 고용창출형 인센티브 시스템을 고안해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인센티브 시스템은 지속가능해야 함은 물론 자원배분 왜곡 가능성으로 인한 장기적 사회후생손실 가능성을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설계돼야 한다.
넷째, 유휴노동인력을 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하고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선진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산업발전→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통로를 열어야 한다.
한국 노동시장은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력난이 공존하고,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길며, 여성 및 청년 고용률이 극히 낮은 후진성을 갖는다.
다섯째, 복지와 산업의 연계 또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산업화를 통해 유휴노동인력의 일부를 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해 복지와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오영석 < 산업연구원 통계분석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