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 (5) 샤넬
샤넬의 역사를 보다
마드모아젤 프리베전
[ 민지혜 기자 ]
‘최초의 여성용 승마 바지’ ‘저지 소지로 만든 최초의 여성용 드레스’. 모두 명품 브랜드 샤넬의 작품이다. 여성이 바지를 입는 것이 지금은 이상할 게 없지만 1910년대엔 여성복에 혁명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션회사가 처음으로 향수를 제조한 것도, 트위드 재킷과 퀼팅 체인백, 빨간 립스틱 등을 유행시킨 것도 샤넬이다.
시대를 앞서간 샤넬
우아하고 당당한 여성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샤넬은 봉제회사에서 조수로 일하던 가브리엘 샤넬이 만든 브랜드다. 1883년에 태어난 그는 고아를 기르는 수녀 학교에서 자라면서부터 바느질을 배웠다. 18세에 봉제회사에 들어간 샤넬은 우아한 외모 때문에 카페에 발탁돼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경주마를 갖고 있던 에티엔 발상(Etienne Balsan)이 그에게 반하게 되고 그때 승마복을 접했다. 부유층과 어울리고 사교계에 입문하게 되면서 사업가 보이 카펠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에게 돈을 빌려 모자 가게를 열었다. 1910년 파리 캉봉가 모자 가게에 이어 1913년 해변마을 도빌에서 매장을 열면서 독특한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때 남성 속옷에 주로 사용하던 저지 원단으로 여성복 드레스를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가브리엘 샤넬은 카펠을 만나면서 여성용 승마바지와 파자마, 밀짚모자, 재킷 등 남성적인 디자인의 여성옷을 많이 선보였다.
1918년 캉봉가 31번지에 샤넬 원조 매장으로 불리는 1호 부티크를 연 뒤 1921년엔 패션 브랜드로선 처음으로 향수를 제조해 판매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향수’로 불리는 샤넬의 ‘넘버5’ 향수는 5월의 장미, 재스민, 알데하이드 등을 주원료로 하는 진한 향기로 금세 유명세를 탔다. 미국 유명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잠옷으로 뭘 입느냐’는 질문에 “몇 방울의 샤넬 넘버5”라고 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오트쿠튀르(맞춤복)로도 이름을 알렸다. 1926년 ‘리틀 블랙 드레스’로 불리는 검은색 원피스를 내놨을 때 가브리엘 샤넬은 “블랙이야말로 모든 색상을 담고 있는 색이다. 화이트도 마찬가지다. 그 아름다움은 절대적이다”고 말했다. 그 뒤로 지금까지도 샤넬은 화이트와 블랙으로 구성된 다양한 신제품을 매번 출시하고 있다. 1932년에 처음 선보인 주얼리 컬렉션 ‘비주 드 디아망’도 다이아몬드를 활용해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1935년 샤넬은 4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캉봉가에 5개 빌딩을 구입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1939년 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캉봉가에 있던 향수 및 액세서리 매장만 남겨둔 채 문을 닫아야 했다. 가브리엘 샤넬이 71세가 되던 1954년, 다시 캉봉가에 부티크를 열고 패션쇼를 하면서 샤넬은 세계로 이름을 떨치게 됐다. 트위드 슈트와 퀼팅 가죽으로 만든 2.55 핸드백, 카멜리아 꽃 장식과 투톤 슈즈 등을 히트시켰다. 제2의 전성기였다. 미국에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패션 오스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칼 라거펠트가 유행시킨 샤넬
1971년 가브리엘 샤넬이 세상을 떠난 뒤 브랜드를 이끈 건 칼 라거펠트였다. 1983년 라거펠트는 샤넬의 모든 디자인을 총괄하는 패션 아티스틱 디렉터로 합류했다. 4년 뒤 시계 부서를 설립했고 1997년엔 방돔 광장에 시계&주얼리 매장을 열었다. 스킨케어 등 뷰티로 영역을 확장했고 레디투웨어(기성복) 종류를 늘렸다. 2002년엔 자수, 깃털, 모자, 주얼리 등 다양한 기술력을 갖춘 공방으로 구성한 파라펙션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선 미국 러시아 홍콩 일본 중국 한국 등을 돌며 다양한 테마로 샤넬 전시회를 열었다. 브랜드의 철학과 역사, 가치 등을 보여주는 전시회는 샤넬이 세계로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샤넬의 핸드백은 늘 화제의 중심이었다. 국내에선 ‘샤테크’(샤넬 핸드백으로 재테크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올라도 여성들이 줄을 서서 사는 가방이 됐다. 어깨에 메는 형식의 핸드백은 샤넬 2.55백이 처음이었다. 출시한 날짜(1955년 2월)를 이름으로 한 이 핸드백은 여성들의 양손을 자유롭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진 사각형, 도톰하게 퀼팅된 가죽, 금속과 가죽을 꼬아 만든 체인, 심플한 샤넬 로고 등이 특징인 이 백은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인기를 끄는 샤넬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칼 라거펠트는 2.55백을 데님, PVC, 메탈가죽, 악어가죽 등 다양한 소재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앞코에 블랙 팁을 붙인 투톤 슈즈, ‘일본의 장미’로 불렸던 동백꽃을 재해석한 카멜리아 장식, 블랙과 화이트로 만든 세라믹 스포츠 워치 ‘J12’, 정열적이면서 우아한 레드 립스틱, 진주 목걸이와 다이아몬드 주얼리 등은 지금까지도 샤넬을 대표하는 제품이다. 올해 첫선을 보인 ‘가브리엘 백’은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두 개의 체인을 달아 하나는 어깨에, 다른 하나는 크로스로 착용할 수 있게 했다. 유명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가수 퍼렐 윌리엄스 등이 모델로 활동하면서 인기를 주도했다. 가수 지드래곤이 착용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국내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라거펠트는 가브리엘 백을 내놓으면서 “이 핸드백은 가브리엘 샤넬에게 보내는 장난기 섞인 윙크 같은 것”이라며 “샤넬의 가치와 우아함을 유지하면서 아름답게, 또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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