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서 최초 받은 4억여원만 뇌물…나머지는 주식운용 결과여서 추징 못해"
고법, 종자돈만 뇌물 인정
"넥슨 주식 취득은 김정주가 주식 팔려는 사람과
연결해준 결과일 뿐 뇌물로 못 봐"
제네시스·가족여행비 등 일부 금품은 '보험 성격' 뇌물
1심보다 3년 늘어난 징역 7년
[ 이상엽 / 고윤상 기자 ]
진경준 전 검사장이 김정주 NXC 대표에게서 제공받은 종잣돈 4억2500만원이 21일 열린 2심에서 뇌물로 인정됐다. 이 뇌물을 이용해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부과된 추징금은 5억200만원에 불과하다. 진 검사장의 개인 판단에 따른 주식 운용의 결과이지, 시세차익액을 전부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21일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7년 및 벌금 6억원, 추징금 5억여원을, 김 대표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빌려준 넥슨 주식 매수 대금 4억2500만원과 김 대표가 대준 일부 여행 경비, 고급 차량을 사용하게 한 것을 1심과 다르게 뇌물로 인정했다.
하지만 핵심 의혹인 ‘주식 시세차익’ 부분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진 전 검사장은 김 대표에게서 받은 4억2500만원으로 넥슨의 상장 주식을 매입했다. 이렇게 취득한 넥슨 주식은 이후 넥슨 재팬의 비상장 주식을 사는 종잣돈이 됐다. 넥슨 재팬이 2006년 11월 유상증자로 신주를 발행하자 진 전 검사장은 8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주식 8537주를 취득했다. 이후 넥슨 재팬이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하자, 진 전 검사장은 주식을 처분해 총 120억원대 차익을 남겼다.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에게서 받은 4억여원이 결과적으로 12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남기게 된 만큼 이 액수도 부당 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장래의 위험성을 대비해 보장 및 보험의 성격으로 주고받은 것”이라며 “구체적 현안이 없어도 뇌물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사라는 직무와 관련해 금전과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다면 개별적인 직무와 대가관계까지 인정되지 않더라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면서도 넥슨 재팬 주식을 취득한 것은 넥슨 주주 지위에서 취득한 것이라 별도의 ‘뇌물 수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 전 검사장의 개인 판단에 따른 주식 운용 결과이지 김 대표에게서 뇌물로 받았다고 연결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넥슨 주식 취득 기회를 얻은 것은 김 대표가 주식을 팔려는 매도인에게 진 전 검사장을 연결해준 것에 불과하다”며 “넥슨 재팬 주식으로 전환한 것 역시 진 전 검사장이 넥슨 주주 지위에서 취득한 것으로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형사법상 뇌물죄는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범죄다. 지난 6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뇌물수수죄와 알선수재죄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던 ‘레인지로버 판사’ 김수천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뇌물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금품을 받은 시점은 1심 재판이 진행되기도 전”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장차 진행 여부를 알 수도 없는 항소심 재판에 대비해 미리 거액의 뇌물을 줬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품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그 시점과 향후 대가가 오고 간 시점 사이의 시간적·논리적 연결고리가 깨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셈이다.
이상엽/고윤상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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