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주진형 "최저 임금 만원, 부모없는 자식? 누가 주창한 것인지 불분명"

입력 2017-07-21 11:10
수정 2017-07-21 11:47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지낸 '여당의 경제브레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최저임금 만원은 부모없는 자식처럼 주창한 사람이 불분명하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주진형 전 대표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저임금을 어느 정도로 올리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할 기준을 무엇을 할지에 대한 논의를 제안한 사람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주 전 대표는 “누가 이것을 주창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며 “그저 문재인 대통령 선거 공약에 있었다는 말만 나돈다. 아무도 ‘이것은 내가 적극 밀은 정책이다. 이것이 잘되면 내 공이고 잘못되면 내 탓이다’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 만원은 소득주도성장론의 몸통인가, 아니면 예시인가? 김상조처럼 마중물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퍼 올릴 지하수는 어디서 나오나? 그리고 언제 어떻게 나오나?라고 묻고싶다"고 덧붙였다.

주 전 대표는 대선 기간인 올해 4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경제, 알아야 바꾼다』는 책을 발간했으며 지난 5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해 “삼성합병 찬성한 박근혜 발언은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은 주진형 전 대표의 발언 전문.

<부모 없는 자식: 최저임금 만원>

요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란이 활발하다.

그런데 몇가지 이상한 일이 있다.

첫째. 누가 이것을 주창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그저 문재인 대통령 선거 공약에 있었다는 말만 나돈다. 그것은 누가 어떻게 만든 공약인가? 캠프 내에서 누가 이것을 주창했는가? 누가 이 정책의 산파 역할을 했고, 누가 최대 후원자 역할을 했는가? 아무도 '이것은 내가 적극 밀은 정책이다. 이것이 잘되면 내 공이고 잘못되면 내 탓이다' 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것은 작년에 있었던 총선 때부터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라고 한다. 그러면 그때는 누가 어떻게 만든 정책 공약인가? 이것도 불분명하다.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로 임명된 홍장표씨등이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할 때 이를 구현할 정책 수단의 예시로 최저소득 인상을 거론한 적은 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론 그도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을 정책 수단 중 하나로 들었을 뿐 2020년까지 만원으로 인상하자고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둘째, 이것의 취지도 모호하다. 소득주도성장론에서 주장했다고?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론에서 주요한 정책 수단이 아니라 예시에 불과했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바로 정책 수단이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무슨 수로 경제 전체적인 임금소득을 올리겠다는 것인가? 그러자 이에 대한 응답으로 최저임금 인상이나 통신요금 인하, 사회적 일자리 확충 등이 거론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예로 든 것이지 몸통은 아니었다. 경제 전체적으로 봐도 이것들은 새발의 피다. 이것들을 다 한다고 해서 임금주도 성장이 되지는 않는다. 피고용자 총 보상(total compensation)이 약 650조 원이다. 이중 임금소득이 약 550조 원이 될텐데 5%만 증대시키려해도 일년에 30조 원을 올려야 한다. 최저임금 적용대상자에게 1천원씩 더주고 통신비 조금 내려봤자 10조 원 근처에도 못간다.

묻고 싶다. 최저임금 만원은 소득주도성장론의 몸통인가, 아니면 예시인가? 김상조처럼 마중물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퍼 올릴 지하수는 어디서 나오나? 그리고 언제 어떻게 나오나?

셋째, 근거도 없다. 최저임금을 어느 정도로 올리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할 기준을 무엇을 할지에 대한 논의를 제안한 사람이 없다. 국제적으로 최저임금을 얘기할 때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50%보다 더 많은가 아닌가를 우선 본다. 한국은? 이미 거의 45%에 달한다. 조금만 올려도 금방 50%를 넘어버린다. 만원이면 중위소득 50%를 훨씬 넘어버린다.

넷째, 이것을 실시하면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정부 측 예상 시나리오 조차도 없다. 이 정도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정책이면 이것을 실시할 경우 예상 효과가 무엇인지가 나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예상대로 정책 효과가 나는지를 나중에 챙겨볼 수가 있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는데 아직까지도 언론에 의한 논란과 국회예산정책처 등이 만든 회계적 자료만 있을 뿐이다.

김동연 부총리가 인상 결정 다음날 예상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 자기들이 일은 저지르고 나서 그 다음날 이를 옹호하는 대신 부작용 경감 대책을 늘어놓는 것은 세상에 처음 본다. 이 정도 되는 사안이면 정부 내 누군가가 이것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내가 주창한 것이고,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 대통령과 정책 담당자가 동의한 것이고 이러이러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누군가가 나와 설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가?

요약하자. 아이는 태어났는데 내가 그 아이 부모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일은 벌어졌는데 내가 했다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누가 주장한 것인지도, 취지도, 근거도, 예상 효과 분석도 모호하게 여기까지 왔다. 대기업노조의 선무당 소리를 당론이라고 받은 김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어제 문대통령이 일단 해보고 내년에 가서 다시 보겠다고 했단다. 자기들도 덜컥수를 둔 것을 두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