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중국발 아시아 금융위기 가능성 경계해야

입력 2017-07-18 17:50
"20년 전과 달리 튼실해진 아시아 경제
중국은 여전히 성장지상주의 모델
자칫 또 다른 위기의 진앙 될 수도"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


[ 이상은 기자 ] 이달은 아시아 금융위기, 정확하게는 그 위기를 촉발한 태국의 바트화 가치가 폭락한 지 꼭 20주년 되는 달이다. 별로 축하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고 바뀌지 않았는지 점검해 보기 좋은 기회다.

왜 위기가 터졌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구에선 아시아 국가들의 투명성 부족과 정경유착을 비난한다. 반면 아시아에선 역내 금융시장을 들쑤시고 다닌 헤지펀드와 ‘환자(위기발생국)’를 거의 죽일 뻔한 처방을 내린 국제통화기금(IMF)을 비판한다.

양쪽 다 일리가 있다. 위기 당시 태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규모를 엄청나게 부풀려 발표했다. 금융이 투명했다고 하기는 곤란한 사례다. 해외 투기꾼들은 바트화의 폭락에 돈을 걸었다.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투자은행(IB)들도 그렇게 했다. IMF는 아시아 국가에 위기 극복 방법을 조언하면서 지나친 긴축을 요구하는 실수를 했다.

당시 위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아시아의 성장모델과 당시 상황이 어긋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성장모델은 수출을 계속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안정된 환율과 두 자릿수 성장률을 지탱하기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해외 차입을 계속 늘려 금융시장에서 요구하는 자본 형성을 지원했다. 그러나 1997년 동남아시아 경제는 더 이상 무제한 투자만으로 높은 성장률을 뒷받침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성장모델은 해외 차입에 기대면서도 그 리스크는 간과했다.

외부 요인까지 가세해 문제가 악화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한국 정부는 자본 통제를 해제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통제를 풀자 이른바 ‘핫머니’에 경제가 노출됐다. 다른 나라들도 IMF와 미국 재무부로부터 자본통제 규제를 풀라는 압박을 받았다. 이는 리스크를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페그제(자국 통화가치를 기축통화에 연동시킴) 환율을 유지하는 것을 더 어렵게 했다.

지난 20년간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위기를 겪은 국가들은 투자율을 떨어뜨리고 성장률 전망치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낮췄다. 아시아 정부들은 여전히 성장을 논하지만 더 이상 비용이 얼마든 상관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동남아 국가들은 훨씬 유연한 환율 제도를 갖게 됐다. 최소한 1997년 취약점이었던 경직된 달러 페그제는 이제 아무도 채택하고 있지 않다. 당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내던 태국 등은 이제 흑자국으로 전환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울타리를 치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2000년 회원국 간 신용공여와 통화스와프 네트워크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가 결성됐으며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설립된 것이 그런 예다. 아시아 국가들이 IMF에 대해 썩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며, 더 깊이 들어가면 중국의 부상을 반영하는 일이다.

중국의 부상은 지난 20년간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중국은 여전히 성장률 목표치를 최우선으로 제시하는 모델과 목표 달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제 엔진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얼마가 됐든 유동성을 공급한다. 태국이 1997년 금융위기 전에 하던 방식을 연상케 한다. 중국 정부가 지나치게 빨리 해외 차입 관련 규제를 풀어준 탓에 중국의 국유회사들은 높은 수준의 해외 차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위안화는 여전히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국은 20년 전 동남아 이웃나라들과 비슷한 지점에 와 있다. 자신의 성장 모델 이상으로 웃자랐다. 우리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아시아 위기를 공부했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Project Syndicate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