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관행' 없앤 강경화 외교…집무실 개방해 소통도 'A학점'

입력 2017-07-18 17:37
외교장관 취임 한 달

G20서 깔끔한 일 처리
하이브리드 관용차 타며 칼퇴근 독려…내부평판 '수'

조직 개혁·북핵외교 숙제
폐쇄적 조직 문화 개혁…내달 ARF가 외교 시험대


[ 이미아 기자 ] 외교부 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인 강경화 장관이 18일 취임 1개월을 맞았다. 취임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실무를 지휘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해 외교안보 위기국면이 조성됐지만 외교수장으로 침착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교부 내부에선 “강 장관 취임 후 근무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집무실을 개방해 실·국장급뿐만 아니라 평직원과도 자유롭게 면담하고, 보고와 회의 시간 때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 외교부 회의는 진행 시간이 너무 길어 ‘콘클라베 회의’라고 불렸다. 바티칸 교황청에서 추기경들이 교황 선출 때까지 밤새 투표하는 걸 빗댄 것이다. 외교부의 한 직원은 “취임사에서 야근과 주말 근무의 문제를 지적한 게 허언이 아니었다”며 “정시 퇴근을 장려해 직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청문회 준비 당시 때부터 탄 쏘나타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관용차로 계속 쓰고 있다.

여성 보좌진을 대거 발탁하며 여성 고위직 채용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장관 특별보좌관 겸 개발협력대사엔 오영주 전 주유엔 차석 대사(외시 22회)를, 장관 보좌관과 비서관엔 한우정 서기관(외시 37회)과 김면선 서기관(외시 38회)을 각각 임명했다.

영어 실력이 뛰어난 데다 유엔에서 쌓은 매너와 순발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을 때 메르켈 총리가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표를 준 41% 지지층 외의 국민을 어떻게 끌어안을 생각이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즉석에서 통역을 거치지 않고 문 대통령을 거들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국민적 지지율이 80%를 웃돌고 있다. 이미 국민통합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튿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을 땐 문 대통령의 동시통역기가 고장나자 자신의 통역기를 신속히 대통령에게 전달해 회담 진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했다.

강 장관의 개인 역량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평이다. 아직 단독으로 외교 무대에 나선 적은 없기 때문이다.

다음달 6~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강 장관의 개인적 능력을 시험받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RF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주도로 1994년 출범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협의체다. 아세안 회원국과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7개국이 회원국이다. 이 행사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석하는 다자회의란 점에서 매년 주목받는다.

강 장관의 최대 고민은 외교부 특유의 폐쇄적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강 장관은 취임 후 꾸린 조직 개혁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