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 "국민연금의 삼성합병 찬성, 국익 위한 합리적 결정"

입력 2017-07-17 21:21
수정 2017-07-18 10:34
삼성 이재용 재판 증인 출석

김상조 위원장 '손실 알고도 찬성' 발언 정면 반박
합병 후 주가 15% 올라…시장 긍정 반응 보인 것

엘리엇은 가증스런 알박기펀드…한국에 기여 없어
삼성과 엘리엇 대결, 국익 관점서 누구 편 들겠나


[ 좌동욱 / 이상엽 기자 ]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국민연금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결정을 내린 것은 운용 수익률을 고려한 합리적 투자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다른 그룹의 지주회사, 사장단 협의회와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로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양사 합병을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40차 공판에 변호인단 증인으로 출석해 “(이 부회장 재판은) 반재벌 정서가 아닌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주 공판에서 특검의 주요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연금이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을 알면서도 양사 합병에 찬성했다”,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양사 합병을 주도했다”고 증언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신 교수는 지난 4월7일 공판이 시작된 뒤 변호인단이 불러낸 첫 주요 증인이다.

변호인 측은 “동일한 합병 안건을 두고 진보 계열 학자(김상조)와 우파 학자(신장섭)가 커다란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합병이 추진됐다는 특검의 공소 사실은 한쪽의 일방적인 견해만 차용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엘리엇은 알박기 헤지펀드”

신 교수는 당시 합병 반대를 주도한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알박기 벌처펀드’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알박기하는 분들을 보면 겉으로 재산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이권을 대가로 고수익을 노리는 이익 집단”이라며 “엘리엇이 하는 행태가 이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당시 엘리엇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 대 0.35)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공정하다고 주장했지만 합병 결정 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모두 15%가량 상승했다”며 “(엘리엇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도 좋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를 합병비율의 기준으로 삼는) 국내 주식시장의 합병비율 결정방식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은 결국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미”라며 “삼성물산, 제일모직과 같은 대형 상장사 주가를 장시간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주 법정에 출석해 “합병비율과 합병 시너지 효과에 논란이 많은데도 미래전략실의 결정대로 합병이 추진됐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반박하는 논리다.


“국민연금 합병 찬성 결정은 타당”

국민연금이 당시 삼성물산뿐 아니라 제일모직의 주식을 함께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도 합병 찬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신 교수는 “국민연금은 합병 직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을 1조원가량 보유하고 있었다”며 “합병이 무산되면 제일모직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견해였는데,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이를 막는 것이 합리적 투자였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다른 기관투자가와 달리 수익률뿐만 아니라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외국계 자본과 국내 대표 기업 중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후자의 손을 들어주는 게 맞다는 것이다.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근거로 특검이 내세우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 ISS(국제의결권자문사)의 합병 반대 권고에 대해서도 “ISS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자기들이 전 세계 119개국, 850만 개 안건을 처리한다고 하는데 직원은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ISS는 기계적인 기준으로 결론을 내는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또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가 주주자본주의를 확산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국내 경제민주화론자들은 헤지펀드가 경영권에 위협이 되지 않는데도 삼성이 과장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며 “헤지펀드가 미국 경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신 교수는 재벌과 같은 가족경영에 대한 견해를 묻는 변호인 측 질문에는 “국제적으로 보면 재벌은 보편적인 조직이며 경영 효율성도 높다”며 “미국 500대 기업을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가족경영 기업이 전문인 경영 기업보다 매출과 이익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제대로 연구도 하지 않고 재벌은 문제가 많은 조직이라는 오해만 하고 있다”며 “특히 신흥시장에서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지배구조가) 재벌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좌동욱/이상엽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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