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군사·적십자회담 제안…남북 대화채널 열릴까

입력 2017-07-17 18:01
수정 2017-07-18 10:37
'베를린 구상' 이행 수순
국방부 "적대행위 중지 논의"
통일부 "이산가족 상봉이 우선"

북한의 호응 여부가 관건
대북 제재 국면서 수용 불투명
성사땐 19개월 만에 남북 당국회담


[ 정인설 / 이미아 기자 ] 정부는 17일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기 위해 오는 21일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열고, 내달 1일엔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이후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남북회담 제의를 받아들일지가 주목된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회담이 열리면 남북이 각각 진행 중인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안건과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중지하는 문제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서 차관은 또 “북측은 현재 단절돼 있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해 우리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회신해주기 바란다”며 “북측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은 이날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남북적십자회담을 8월1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 것을 제안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산가족 상봉은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도 우선돼야 한다”며 “남북의 많은 고령 이산가족이 생전에 한 번만이라도 가족을 만나고 성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잇단 도발과 대화 거부에도 불구하고 남북회담을 제안한 것은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 6일 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 구상을 이행하기 위한 수순으로 분석된다. 당시 문 대통령은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를 상호 중단하고 10·4 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인 10월4일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자”고 제의했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조 장관은 “북한의 반응을 지켜봐야겠지만 (북의) 반응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끈기 있게 우리 제안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인민무력부 명의로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회담을 제의했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비핵화가 우선이라며 거절했다. 북한이 이번에 우리 정부의 회담 제의에 응하면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7개월 만에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된다. 군사회담으로 치면 2014년 10월 비공개 접촉 이후 33개월 만이다.

정인설/이미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