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아덴만의 소국, 지부티

입력 2017-07-17 17:58
홍해와 아덴만의 좁은 해협을 끼고 있는 동아프리카 소국 지부티. 동쪽으로 ‘아프리카의 뿔’ 소말리아, 남쪽으로는 에티오피아와 맞닿은 사막국가다. 아라비아 반도 끝 예멘과는 바다 건너 마주보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배들은 반드시 이곳을 지나야 한다. 이런 지리적 요건 때문에 오래전부터 인접국과 강대국들의 쟁탈전에 시달렸다. 16세기까지는 아랍, 19세기부터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다가 40년 전인 1977년 독립했다.

한반도 10분의 1 넓이, 인구 90만 명에 불과하지만 해양 안보에서는 더없이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프랑스와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앞다퉈 군사 기지를 구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중동·아프리카 분쟁과 대(對)테러 전쟁,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내세워 4000여 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기지 사용료는 10년간 6억3000만달러. 일본도 900만달러를 지급하고 기지를 세워 자위대 170명을 파병했다.

최근엔 중국이 해외 첫 해군 기지를 이곳에 마련하고 군대와 전투함을 파견했다. 인근 지역 국가들과 연합훈련 등 원거리 군사력 확장까지 꾀하며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나섰다. 남중국해에서 인도양과 아덴만까지 연결하는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도 탄력을 받게 됐다.

중국의 신경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통한 지배력도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지부티와 에티오피아를 잇는 3억2200만달러(약 3700억원) 규모의 수도관 건설과 5억달러(약 5600억원)짜리 아디스아바바~지부티 철도 사업을 벌이고 있다. 비츠딜리 신국제공항(4억5000만달러)과 아프리카 최대 국제 자유무역지구 건설 등 인프라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 기지와 군항 확보는 대양해군을 통한 군사굴기 전략의 일환이다. 시진핑의 해양강국 청사진과 직결된다. 벌써 파키스탄 남서부 과다르항에 두 번째 해외기지 건설을 시작했다. 이 기지까지 활용하면 미군의 페르시아만 작전과 인도군의 아라비아해 활동, 미국과 인도의 인도양 협동 작전도 감시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에 맞서 미국은 지부티 기지에 투입할 예산을 대폭 늘렸다. 일본도 지부티 기지를 확장하기 위해 땅을 추가로 빌리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지부티는 기지 임대료와 군 관련 산업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연 7%의 성장률에 고무돼 ‘아프리카의 싱가포르’가 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척박한 환경 때문에 영화 ‘혹성탈출’의 촬영지가 됐던 ‘지옥의 땅’. 제조업이나 기술력 없이 지리적 이점과 강대국 사이의 줄타기만으로 번영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