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논란 휘말린 아마존…미국 민주당 '홀푸드 인수 청문회' 추진

입력 2017-07-16 19:40
수정 2017-07-17 05:45
워싱턴 정가에 퍼지는 아마존 견제 목소리

경쟁사 혁신 저해·임금 하락 등 홀푸드 인수 부작용 조사 나서
소비자 피해 여부가 핵심 쟁점…"인수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


[ 뉴욕=이심기 기자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시장 독점 우려가 미국 워싱턴 정가에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판매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아마존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 독점으로 경쟁 저해 우려

미국 민주당은 아마존의 홀푸드(미국 최대 유기농 식료품 체인) 인수가 반독점 금지법 위반에 해당되는지 논의하기 위한 청문회 소집을 요구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16일 보도했다. 아마존의 역대 인수합병(M&A) 규모로는 최대인 137억달러에 달하는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식료품업계는 물론 미국 소비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민주당 측은 주장했다.

데이비드 실리신 민주당 하원의원은 “전자상거래 ‘거인’인 아마존이 식료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또 “홀푸드 인수로 직원들의 근로 조건이 악화되고 임금도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상원의원들도 아마존이 경쟁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예비조사를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이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가 올해 말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온라인 업체가 오프라인 쇼핑객을 끌어들이는 비즈니스 모델의 극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이 식료품 소매시장을 지배할 경우 예상되는 소비자 피해와 경쟁업체의 혁신 저해 등 부작용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편의점 약국체인인 CVS헬스는 아마존이 홀푸드 매장을 거점으로 의약품 판매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지역구를 둔 로칸나 민주당 하원의원도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로 소규모 지역 식료품점이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반독점 전문가인 마이클 캐리어 러거스대 교수도 “아마존의 경제력 집중 우려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 여부에 주목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는 미 연방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서는 반독점법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를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선 홀푸드의 식료품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데 비해 월마트 스토어와 크로거 등 경쟁업체는 각각 26%와 10%를 차지하고 있다. 통상 시장독점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려면 시장점유율이 30%는 넘어야 한다.

소비자 피해 관점에서도 이번 인수에 제동을 걸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병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격이 낮아질 경우 시장지배력이 크더라도 이를 승인해 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지만 반독점 규제를 받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아마존 역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재정적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합병 지지론자들은 아마존의 혁신과 효율성이 소비자에게 혜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임스 베일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이번 인수는 식료품 유통과 주문형 배달서비스 시장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아마존이 합병으로 무엇을 갖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합병 반대론자조차 규제당국이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 자체를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수로 소비자나 경쟁업체가 입는 직접적인 피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은 대신 식료품이 아니라 전자상거래 시장이라는 광범위한 맥락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존은 지난 12일 끝난 ‘프라임 데이’ 행사에서 10억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연회비 99달러를 내는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단 30시간 동안 진행한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에 소비자가 몰리면서 유통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혈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