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감고 귀막은 탈원전·최저임금 밀어붙이기

입력 2017-07-16 17:48
문재인 정부의 ‘공약 밀어붙이기’가 공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에 이어 어제는 사상 최대폭 최저임금 인상이 속도전 치르듯 결정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7530원)은 올해보다 1060원(16.4%) 올라 인상액이 사상 최대다. 인상률로도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이다. ‘2020년 시급 1만원’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 진도에 맞춘 결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은 정부 측 장단에 맞춰 거수기 노릇을 했다. 선진국처럼 상여금 숙식비 등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하고, 지역·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 달라는 중소기업계 호소는 무시됐다.

‘탈(脫)원전’ 정책도 각계의 만류를 외면한 채 다그치듯 밀어붙이고 있다. 공정률이 30% 가까운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를 국무회의에서 달랑 20분간 논의한 끝에 중단 결정을 내렸고, 공사 집행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30분 만에 중단 안건을 통과시켰다. 3개월간 공사를 중단시키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지만,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방침이어서 일대 논란을 일으킬 게 뻔하다.

일선 기업인과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막고 밀어붙이고 있는 최저임금과 원전 정책의 공통점은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공약사항’이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다른 공약에 대해 당사자들의 공포 섞인 우려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노동자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강력한 시행의지를 밝히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주 68시간→52시간)이 강행될 경우 중소기업들은 결정적인 기로에 설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금도 마땅한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기업이 대부분인데 무슨 수로 줄어든 근로시간을 메울 인력을 찾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상장기업들을 경영권 안정장치로부터 사실상 무장해제시킬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법 개정도 공약사항으로 대기하고 있다.

정부가 대선 공약이란 이유만으로 시장경제 틀을 흔들어가며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데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핵심 공약들을 서둘러서 처리해야 할 ‘개혁과제’로만 보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무엇이 국민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독주(獨走)에는 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도 적지 않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호하겠다는 강령을 내건 소위 보수정당들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80%대에 육박하는 대통령의 지지율과 달리 보수야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