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엇이 잠재성장률을 2%대로 끌어내렸나

입력 2017-07-14 18:37
한국은행이 그제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2001~2005년 4.8~5.2%였던 것이 2016~2020년 2.8~2.9%대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15년 새 거의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는 분석이 섬뜩하다.

잠재성장률은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투입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 역량을 의미한다. 한 국가의 경제 기초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가늠케 해주는 중요한 장기 지표다.

한은은 잠재성장률이 급락한 요인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서비스업 발전 미흡, 높은 규제수준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자본축적 부진이다. 한은의 ‘3대 원인’을 집약하면 결국 규제문제로 귀결된다. 서비스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가 그렇고, 불확실성도 규제 리스크가 가중시킨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국회의 입법만능, 정부의 규제행정이 낳은 부작용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주목할 것은 이 과정에서 기업 활동이 위축됐고 기업가 정신도 크게 움츠러들었다는 점이다. 잠재성장이든 실질성장이든 기업의 왕성한 투자가 관건이다. 소위 ‘87 민주화체제’ 이후 역대 정권 가운데 진정으로 기업가 정신을 고취한 적이 과연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런 근본 문제를 도외시한 채로는 잠재성장률을 획기적으로 반등시킬 길이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돌파구를 삼겠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업가 정신 위축이 규제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쏟아지는 규제 입법과 낡은 행정만 탓할 게 아니라 내부 요인은 없는지 기업 스스로도 진지하게 돌아볼 때다. 삼성전자 등 몇몇 혁신적 성과를 내는 곳을 제외하고는 우리 기업에도 퇴행적 관료주의나 적당한 성과에 만족하는 안존문화가 퍼져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고, 책임도 정부가 더 크게 져야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주도 산업의 패러다임이 격변하는 시대에 기업가들이 마음껏 창의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환경을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낡은 규제의 틀을 벗어던지는 것부터 서둘러야 한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