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 법치질서가 무너져 간다

입력 2017-07-13 19:36
경찰은 사드기지 앞 불법 검문 '방관'
서울교육감, 정권 바뀌자 교사징계 철회
서울대 총장은 농성 학생들에 되레 사과


법치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보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누구도 예외 없이 존중하고 지켜야 할 법과 원칙들이 막무가내식 시위와 주장에 막혀 유명무실해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법질서 수호의 보루인 공권력은 제 역할을 방기(放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총체적 위기다.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 앞은 3개월 가까이 공권력이 실종된 상태다. 4월 하순 이후 일부 주민과 반미 단체 회원들이 도로에 간이 검문소를 설치해 기지내 물품 운송을 막고 있지만 경찰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엊그제는 군과 경찰이 견인 트럭을 기지로 들이려고 1500명의 경찰을 배치했다가 10여 명의 주민이 항의 시위에 나서자 진입을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정부와 경찰이 무법 천지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미군은 불법 시위대에 의해 육로가 막히는 바람에 헬기로 군수품과 병력을 사드 기지에 실어 나르고 있다.

선출직 행정책임자가 법치 질서를 대놓고 부정하는, 더 심각한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시국선언에 참가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교사 5명에 대한 징계 의결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당초에는 교사들을 경징계하는 방안을 생각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만큼) 정치적 맥락이 바뀌면 법 해석도 달라지는 것”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법질서를 존중하고 지켜야 할 교육감이 할 얘기는 아니다. 교육공무원법은 공무원범죄 처분결과 통보를 받으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 달 안에 징계위에 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지난 11일 시흥캠퍼스 사업과 관련해 두 차례에 걸쳐 225일 동안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인 학생들에게 보인 처신도 걱정스럽다. 본관을 무단 점거해 대학 행정을 방해하고 학장단을 감금까지 한 불법 농성 학생들에게 꾸지람은 커녕 오히려 ‘유감’을 표명해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의기양양해진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사업은 공공적 책무를 저버린 돈벌이 사업”이라며 김상곤 교육부 장관에게 개입을 요구하며 상황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학당국이 민변 등 외부세력과 연계한 시위학생들의 눈치를 보면서 자초한 일이다.

이렇게 법치질서가 뿌리째 흔들려서는 국가가 온전하게 작동할 수 없다. 법이 조롱받고 무시당하는 사회에서는 온전한 통합도, 발전도 불가능하다. 떼를 쓰고 요구하면 주어지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법 해석이 바뀌는 나라를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무너진 법치질서를 바로잡고 공권력의 권위를 다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