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따라 전력수요 예측 '들쭉날쭉'…2년 만에 "발전소 11개 필요없다"

입력 2017-07-13 17:41
수정 2017-07-14 11:40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논란

전력거래소, 8차 수급계획 초안 발표
2030년 전력수요 전망치 11.3GW 급감
전문가 "단기간 이렇게 감소한 건 처음"
거래소측 "탈원전 정책과 관련 없다"


[ 임도원 / 주용석 기자 ]
2030년 전력수요가 2년 전에 나온 기존 전망치보다 10%나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줄어든 전망치는 11.3기가와트(GW)로, 원자력발전소나 석탄발전소 11기를 덜 지어도 되는 규모다. 전력수요가 이처럼 들쭉날쭉하게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탈석탄’을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입맛’에 맞는 수요예측이 발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인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제대로 작성되는지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원전 11기 덜 지어도 된다?

전력거래소는 13일 민간 자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전력)수요 전망 워킹그룹’ 회의를 열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 관련 전력수요 전망치 초안을 발표했다. 전망치에 따르면 2030년 전력 최대 수요는 101.9GW로 예측됐다. 2년 전 수립된 7차(2015~2029년) 계획 때 추산한 전망치(113.2GW)보다 10.0% 줄어든 수치다.

워킹그룹 위원장인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요즘 짓는 발전소가 통상 1GW인데 8차 전망치는 7차보다 11.3GW 줄었다"며 "당초 예상보다 발전소 11기 수요가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전망치가 이전보다 이 정도로 급격히 감소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워킹그룹은 수요전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 경제성장률 하락을 꼽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차 계획 수립 당시 예상한 연평균 성장률은 3.4%였지만 8차 계획에선 2.5%로 종전보다 0.9%포인트나 하락했다. 성장률은 전력수요 전망의 70%를 좌우한다. 워킹그룹은 최근 경기 회복을 감안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적용하더라도 2030년 최대 수요는 2.6GW 증가한 104.5GW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히 7차 전망치보다는 8.7GW 적다. 정부는 중장기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향후 15년간 전력수급 계획을 짜고 있다. 워킹그룹 전망치를 토대로 전력설비 워킹그룹 회의, 수요관리 워킹그룹 회의, 세미나, 공청회 등 과정을 거쳐 올해 말까지 8차 전력수급 계획이 마련된다.


◆전문가들 “놀라운 결과”

전문가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워킹그룹 발표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국가 에너지 정책을 다시 짜야 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이라면 7차나 8차 전망치 가운데 어느 하나는 잘못 산정됐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인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수요 예측에) 정부 의지가 많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한 교수는 “성장률 전망 외에 에너지 소비 패턴, 산업구조 변화, 전기요금 등 여러 변수를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미래 전력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며 “새 정부가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줄이려고 하는데 이번 수요예측은 그런 기조에 맞게 나온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력수요 전망을 민간에서 한다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와 전력거래소에서도 많이 관여한다”고 덧붙였다.

발전업계도 이번 발표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전력수요 전망이 기존보다 대폭 줄어든다는 것은 내년 국가 예산이 대폭 축소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호기 전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성장률 전망 변동으로 이 정도 수치 변화가 나타났다면 성장률 전망치를 전력 수요 산정에 반영하는 비율이 과다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워킹그룹 위원인 김창식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수요예측에 가이드라인은) 전혀 없었다”며 “발표 내용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이 없다. 학자적 양심을 걸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주용석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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