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Master
기업문화 (4)
SC은행, 리더들 대상 피드백 기술 훈련
IBK기업은행, 어떤 이야기라도 가능 '지식 콘서트'
이베이, 잘못된 점 반드시 지적하라 교육
양나래 <경영 컨설턴트>
“한국 기업 임원실은 엄숙한 장례식장 같다.” “불합리한 지시에도 와이(Why), 노(No)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걸 보고 쉽게 개선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기업문화와 관련해 한 외국인 임원은 이같이 평했다. 사회 전반에 걸친 권위적이고 불통인 문화에서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은 정작 위기 상황에서 꼭 얘기해야 할 순간도 외면한 채 조개처럼 입을 꾹 닫아버린다. 리더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세대 간 소통, 직급 간 소통, 부서 간 소통이라는 3대 난제를 풀어갈 만한 힌트는 없을까.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소통과 비행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실험 대상에게 곧 사고가 날 것이라는 신호를 주고 45초 안에 비행기가 추락하도록 시뮬레이션했다. 평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팀은 리더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해 대부분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원활했던 팀은 짧은 시간 안에 정보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 압도적인 확률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소통을 잘하는 조직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거침없이 원활하게 소통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싫은 소리 하는 방법을 알려주라
때로는 리더가 팀원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평가, 업무태도 등 불편한 얘기를 나누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만 하고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SC은행은 2008년부터 DC(Development Center) 프로그램 개발해 전파했다. 이는 리더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피드백 기술 코칭 프로그램이다.
우선 리더 개개인과의 심층면접을 통해 부하 직원들과 대화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의견을 듣는다. 그러고는 역할극을 한다. 예를 들어 성과가 지속적으로 안 좋은 A직원을 코칭하는 구체적인 상황을 두고 두 명의 리더가 번갈아가며 실습해보는 것이다. 전문코치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리더가 심층면접에서 말한 것을 실제로 주의하려고 노력하는지 관찰한다. 또한 화법, 표정, 말투, 행동 하나하나 매우 자세히 기록해 코칭해준다. 프로그램 도입 후 직원들은 리더의 피드백을 이전보다 편안하게 느끼고,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모습에 솔직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됐다.
#2 얘기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라
보수적인 분위기의 조직에서 갑자기 오늘부터 마음껏 소통해보라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조직 내에서 얘기하는 것이 즐겁고 도움이 된다는 인식과 공감대를 형성한 뒤 점차 범위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기업은행에서는 올해 초부터 경직된 조직문화를 깨고 소통을 돕기 위해 어떤 얘기라도 할 수 있는 지(知)콘서트를 열고 있다.
은행판 TED라고 불리는 시간에는 약 10~15분 동안 은행 직원이 직접 강연자로 나선다. 가요제 대상 출신 계장이 트로트를 부르기도 하고, 홈쇼핑 방송에 출연했던 과장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주제로 강의도 한다. 와인, 패션, 심리, 관상 등 취미생활이나 업무 외 전문지식, 트렌드를 공유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부서 간 이기주의를 없애고 조직 간 소통을 독려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보통 한 부서에서 사업을 펼친 뒤 관계부서에 협조를 구했다면, 사업 시작단계부터 관계부서와 함께 아이디어와 계획을 논의하는 것이다.
#3 막말할 수 있는 문화를 제도화하라
글로벌 온라인 유통업체 이베이(ebay)는 거침없는 피드백이 기업을 탄탄하게 한다고 믿는다. 이 기업은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상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사항은 반드시 얘기하도록 강조하고 교육한다. 대화법 교육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참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채널을 구축하고, 팀별로 직급을 떠나 서로의 업무실적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정기회의를 한다. 이 밖에도 매년 열리는 ‘CEO와의 대화’에서는 주요경영진과 직원 200명이 함께 모여 회사에 대한 루머나 보상 등 민감한 주제를 격의 없이 나누는데, 인트라넷을 통해 이 상황을 세계 직원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속 얘기를 마음대로 하는 것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한 것이다.
소통은 조직 내 흐르는 혈맥과 같다. 영양분과 산소를 담은 피가 잘 통하면 건강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지만 원활하지 않거나 일정 부분이 막히면 언젠가 큰 병폐가 된다. 우리 조직의 혈액 순환은 잘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처방해보는 건 어떨까.
양나래 <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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