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가 만나면

입력 2017-07-13 02:57
수정 2017-07-13 08:49
한진현 <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 jinhan@ktnet.co.kr >


요즘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다. 4차 산업혁명은 연계와 융합을 통해 인류 생활에 대변혁을 가져다줄 메가 트렌드다. 일자리 창출은 ‘최대의 복지가 일자리’라는 정책적 수사가 아니더라도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 확대와 내수 성장으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우선 생존과제다. 시대적 화두인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만 있다면 우리 사회가 한결 단단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최근 여러 계층에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각종 정책과 현장사업을 경험해 본 필자는 온라인 오픈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거래하는 ‘디지털 보부상’을 제안한다. 첨단 4차 산업혁명을 논하면서 뜬금없이 웬 조선 시대 보부상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면 답이 보인다. 아마존과 이베이, 알리바바 등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상품을 파는 전자상거래 판매자가 디지털 보부상이다. 전자상거래는 소자본으로 적정 수익도 낼 수 있으면서 실패에 대한 부담이 오프라인에 비해 매우 작다. 도리어 실패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거래시장이다.

더욱이 디지털 보부상은 자기 책임하에 투자와 경영이 이뤄지는 자가고용형 일자리다. 이들이 활발하게 거래하기 위해선 수출입통관 간소화, 단기 소액금융 지원, 제조업체와의 매칭 알선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명제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만들어가는 일자리에 비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일자리 창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글로벌 판매자 10만여 명을 포함해 50여만 명으로 추산되는 자생적 온라인 판매자가 국내외 전자상거래 시장을 활발히 누비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인구의 0.2%에 불과하다. 온라인 창업을 중심으로 1억 명의 혁신 창업가인 촹커(創客)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국가 중국, 전 인구의 2%인 15만 명이 글로벌 판매에 종사하는 홍콩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ICT 강국이자 무역 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이름값이 무색해지는 현실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전 세계인의 주요 장터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보부상은 모든 경제 주체가 함께 고민하고 참여를 생각해 볼 만한 가치 있는 일자리다.

한진현 <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 jinhan@kt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