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처지를 비관할때는 생생하게 표현하는 반면 피해자에 대해 의견을 말할 때는 표현이 건조하고 피상적이었어요.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고통이나 혼란이 묻어나오지 않았습니다."
12일 오후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 심리로 열린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 김양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범죄자문 임상심리 전문가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김양이 구속수감 시간에 대해 허송세월을 보낸다 생각하며 속상해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심리상담 진행하던 때가 벚꽃이 피던 때였는데 그걸 못보는 게 슬프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면서 "자기가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감정반응이 강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 "자폐는 사회적인 단서를 읽어내지 못하고 상대방 마음 읽고 반응하는 공감능력이 없다"면서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없는 점은 자폐와 같지만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 하기위해 꾀를 쓰는 것이 가능하다. 공감못하지만 공감하는 척 할 수 있는 것이 사이코패스다. 김양은 자폐장애가 아닌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양은 정신상담 중에도 '이 결과가 잘 나와야 보호관찰소 갈 수 있을텐데'라며 그 진단결과에 신경쓰고 말을 바꾸는 등 반응했다"고 증언했다.
김 교수가 이같은 입장을 전하는 동안 김양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번쩍 들고 증인심문을 끝까지 지켜봤다.
김양은 김 교수와의 상담도중 피해아동에 대한 범행과정에 대해 말하며 "생각보다 끔찍하더라구요"라고 말하며 입가에 웃음을 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 변호인이 "단 몇시간의 정신감정만으로 아스퍼거가 아니라고 어떻게 단정지을 수 있느냐"며 다그치자 김 교수는 "아스퍼거는 탈부착되는 장식물이 아니다"라면서 "약을 먹어도 아스퍼거의 특징은 없어지지 않는다. 살해와 사체손괴과정에서 정신상태 서로 달라서 한쪽은 심신미약이고 한쪽은 아니고 그러긴 힘들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양의 정신상태에 대해 "자신의 이익에 울음 터뜨리고 미안하다 할 때는 죄책감이 결여돼 있었다"면서 "치밀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면서 관심없는 부분에는 무관심한 모습 등을 볼때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고 범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전문가의 증언이 이어지자 김양은 중간중간 변호사를 다그쳐 자신의 심리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반박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날 또 다른 증인으로 출석한 김양의 구치소 동기는 "김양의 어머니가 두번인가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서적을 넣어주며 공부하게 했다"면서 "한번은 자려다 말고 어떻게 여기서 20년을 사냐고 울부짖더니 다음날 변호사를 접견하고 와서 내가 아스퍼거 가능성이 있다. 5년~10년만 있으면 된다고 콧노래를 부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재판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딸을 죽인 김양과 마주한 피해아동의 어머니 또한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양이) 우리 막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보물같았던 막내가 죽었는데 가해자는 타당한 벌을 받을거 같지가 않다. 아이가 가서도 슬프지 않을 만큼 김양이 벌받기를 원한다"고 엄벌을 내려달라 청원했다.
이날 피해아동의 어머니가 딸의 장례식 때 모습을 묘사할때는 재판장이 울음바다로 변하기도 했다.
"염을 하시는 분이 얼굴만큼은 볼 수 있다 하셔서 천사처럼 잠든 모습을 기대하고 봤는데 눈도 못감고 검붉은 얼굴이었어요. 내딸 얼굴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 마지막이니 가장 아끼던 예쁜 옷 입혀 보내고 싶었는데 아이상태가 옷을 입힐수 없는 모습이라 조각조각 잘라서 얹었어요."
김양의 살인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공범 박양이 살인교사까지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힐 핵심증거 트위터 다이렉트 메시지는 아직 확보가 안된 상태다.
심지어 미국 본사로부터 받을수 있는지 여부조차도 불투명하다. 검찰 측은 "이달 중에 미 본사에 메시지를 줄수 있는지 못주는지 여부라도 알려달라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피해가족을 대변하는 김지미 변호사는 "솔직히 미국 트위터 본사가 우리 사법기관에 협조할 의무는 없다. 범죄자들간의 은밀한 메시지를 우리측에 제공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양의 다음 재판은 8월9일 오후 2시 진행된다.
인천=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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