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장관

입력 2017-07-12 18:02
수정 2017-07-13 06:56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 김낙훈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정부 조직이다. 기존 조직은 모두 ‘기능별’로 나눠져 있는데 유독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업 규모’로 나눠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특이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미텔슈탄트(중견·중소기업)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은 경제에너지부 안에 ‘중소기업정책총국’이 있을 뿐이다. 경제에너지부가 ‘대부(大部)’여서 한국의 부처와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여하튼 국의 책임자가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한다. 그 아래 중소기업정책·서비스실, 중소기업금융·창업금융·구내보증제도실 등 4개 실이 있다. 최근 정책 과제는 기업가정신 활성화, 디지털화 촉진, 혁신역량 강화, 글로벌화 등이다. 독일은 어떤 정책을 펴도 개별 기업에 대한 특별 지원은 거의 없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저임금 등 난제 산적

역시 중소기업 강국인 일본은 경제산업성 안에 ‘중소기업청’을 두고 있다. 청내 조직으로는 금융 경영안정 대책 등을 관장하는 사업환경부, 경영지원 소규모기업지원 창업 기술혁신을 다루는 경영지원부 등이 있다. 최근 정책 이슈 중 하나는 ‘소규모 기업 활성화’다. 경제의 선순환과 지역경제 재건을 위해선 소규모 사업자 활성화가 시급한데도 그동안 이들에 중점을 두지 못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일본은 헤이세이 불황 이후 150만 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문을 닫는 아픔을 겪었다. 그중 상당수가 소규모 기업이다.

한국이 처한 현실은 어떤가.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은 그만큼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이 엄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1년 동안(작년 4월~올해 4월) 남동·반월·시화산업단지에서 문을 닫은 중소기업이 1299개에 이르고, 증발한 일자리가 3만2430개에 이르는 게 단적인 예다. 이 지역은 전국 최대 중소제조업체 밀집 지역이다. 중소제조업체 가동률은 여전히 7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중소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지난 5월 기준으로 73.0%에 그쳤다. 작년 말에 비해 0.5%포인트 떨어졌다. 정상조업이라고 할 수 있는 ‘80% 이상’에 훨씬 못 미친다.

경청하고 고언하는 장관 와야

더 심각한 것은 기업 간 경기 양극화와 소기업 채산성 악화다. 전국 산업단지의 지난 4월 소기업 가동률은 67.0%로, ‘300인 이상 기업’의 79.6%에 비해 12.6%포인트나 낮다. 기업 간 경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뿌리기업의 대표 격인 주물업체 사장들은 “더 이상 적자를 감내할 수 없다”며 머리띠를 둘러맬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같이 소기업과 뿌리기업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은 정책 방향의 합목적성을 떠나 중소기업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런 많은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한다고 이들 문제가 단번에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적어도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얼마나 타격을 받는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대체인력을 구할 수나 있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장관이 오길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국무회의에서 과감하게 ‘노(No)’라고 외치는 장관을 보고 싶어 한다. 품 안에 사표를 늘 지니고 다니는 ‘소신 있는 장관’이 올 수 있을지 중소기업인들은 주시하고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