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무대 선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작년 세계 점유율 7.9%
14나노공정 등 기술력으로 미국·대만 따라잡을 것
생산된 칩 보호하는 패키징 영역까지 사업 확대
[ 노경목 기자 ]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정은승 부사장(사진)이 11일 공식 행사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등을 대상으로 파운드리 고객을 유치하는 행사인 ‘삼성 파운드리 포럼 코리아 2017’에서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 5월 조직 개편으로 신설됐다. 정 사장은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와 대만 UMC를 올해 제치고 내년에는 세계 파운드리업계에서 확고하게 2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강점과 비전을 설명했다.
“기술력으로 경쟁사 넘는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포럼은 지난 5월 미국에 이어 이날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팹리스 등 고객사 관계자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조직 개편 전에 열린 지난 5월 포럼에서는 김기남 반도체총괄사장이 연단에 올라 행사를 주도했다. 파운드리 포럼에선 삼성전자가 철저히 ‘을’이 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팹리스의 주문이 많아야만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5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9%로 조사됐다.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9.5%)와 대만의 UMC(8.0%)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들을 곧 따돌리겠다는 정 사장의 자신감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근거한 것이다.
UMC가 올해 3월에야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 들어간 데 비해 삼성전자는 이보다 정밀한 10나노 공정을 지난해 10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퀄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올해 생산하게 된 것도 이 같은 기술력 때문이다.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대만 TSMC와의 7나노 공정 조기 상용화 경쟁에서도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정 사장은 “TSMC가 7나노 공정에서 앞서 있다고 하지만 EUV(극자외선 노광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한계가 많다”며 “EUV를 이용한 본격 7나노 공정은 삼성전자가 먼저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친화 서비스도 도입
더욱 많은 팹리스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소개됐다. 파운드리에 주로 사용하는 12인치 웨이퍼보다 작은 8인치 웨이퍼를 이용한 반도체 생산 라인이 대표적이다. 종류에 따라 적은 양의 반도체만 생산하고 싶은 팹리스도 많은데 한 장에 수천만원씩 하는 웨이퍼의 일부만 사용하면 반도체 하나당 단가가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고객을 위해 8인치 생산라인을 조성해 지난해부터 성과를 보고 있다.
8인치 웨이퍼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작은 반도체를 만들려는 팹리스를 위해서는 ‘MPW(멀티 프로젝트 웨이퍼)’ 서비스를 내놨다. 웨이퍼 한 장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어 극소량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본격 생산에 앞서 샘플 반도체를 먼저 제작해 성능을 시험하기에도 유리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단순히 위탁받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생산된 칩을 보호하는 패키징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 부사장은 “생산부터 패키징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팬아웃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삼성전기 등과 ‘패키징 생태계’를 구축해 고객 요구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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