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화 '꼬인 매듭'…文정부 딜레마 되나
전교조 "행정처분 직권 취소부터 나서야"
정부 "교원노조법 개정돼야 합법화 가능"
2013년 10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외노조로 통보 받은 ‘직접적 원인’은 해직 교원 9명의 조합 탈퇴 거부였다.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전교조 합법화의 ‘꼬인 매듭’이 됐다.
11일로 7일째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법외노조 철회 촉구 3000배를 이어가고 있는 전교조는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를 통보한 행정처분을 직권 취소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까지 갈 것 없이 행정부가 결자해지 하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제안과 맥을 같이 한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조희연 교육감식 해법이 전교조 입장과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고 귀띔했다.
반면 고용부는 현직 교원만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교원노조법 개정 없이는 전교조 합법화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현재로서는 야당들 반대 탓에 교원노조법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원노조법에 맞게 전교조 규약을 바꾸는 또 다른 선택지는 전교조의 검토 대상이 아니다.
송재혁 대변인은 “해직자를 노조에서 내쫓으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정부가 ‘악법’(교원노조법)을 ‘악용’(법외노조 통보)한 사례”라며 “대법원 판결을 보고 움직이겠다는 건 제3자의 시각인데, 사실 정부가 당사자 아닌가. 직접 나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초 고용부가 법외노조 통보의 원인으로 지목한 해직 교원, 즉 ‘전교조가 합법 지위와 맞바꾼 9명’이 여전히 양측 힘겨루기의 중심에 있다.
이들 가운데 6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불법 개입으로 해직됐다. ‘교원 신분’으로 당시 진보 진영 후보였던 주경복 건국대 교수 당선을 위해 조직적 선거운동을 한 게 문제가 됐다. 2012년 11월 대법원에서 벌금 80만원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전교조 김학한 정책실장, 김민석 교권상담실장과 서울지부 송원재 대변인, 이성대 대외협력실장 등 핵심 간부들이다. 지금도 전교조의 중추로 활약하고 있다. 주경복 교수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 조희연 교육감 등과 함께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에서 활동해온 인물이다.
이을재 전교조 부위원장 역시 해직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상문고 비리 재단 퇴진 시위를 주도한 그는 서울교육청에서 불법 농성을 벌였다는 이유로 해직 당했다. 한경숙 전 부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북한 교과서로 세미나를 진행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해직됐다. 박춘배 당시 인천지부 조직국장은 인천외고 재직 시절 교장의 우열반 방침에 문제제기하다 파면됐다. ‘학사운영 방해’로 인한 해직이라 여타 실정법 위반과는 다른 케이스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전교조 내부에서도 논쟁이 있었는데 ‘조직 논리’에 따라 해직 교원을 안고 간 결과가 법외노조 통보였다”고 말했다. 당시 소수 때문에 다수가 희생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전교조 규약을 바꾸자는 주장도 나왔으나 강경파 목소리에 묻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에게 전교조 문제는 딜레마다. 지지층 여론과 전교조 합법화 이슈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최근 민주노총 주도 사회적 총파업에 대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비판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건너뛴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강행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앞세우며 조심스러운 관망세를 보이는 이유다.
또 다른 인사는 “교육 법정주의에 따라 교원노조법을 개정하거나 전교조 규약을 바꿔 문제를 푸는 정공법이 필요하다. 전교조의 상황 변화가 없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대법원이나 정부 판단이 뒤집어지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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