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주재자 지위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의 판단 기준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다88699 판결 : 제사주재자지위확인청구>
Ⅰ. 사실관계
의령남씨 시조의 5세손인 남재(1351년 출생, 1419년 사망)는 조선왕조의 개국 1등 공신으로서 의령부원군으로 봉해졌고, 시호는 충경공이며, 그 묘는 남양주시 별내면 화접리 임야 내에 있고, 이곳에는 충경공 남재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있다. 충경공의 제사주재자들과 그 직계 후손인 원고는 지난 282년간 충경공 사당에서 매년 제사를 지내왔고, 충경공의 사당, 재실 및 묘의 관리를 위한 위토인 남양주시 별내면 외 31필지를 관리하면서 그 수익으로 제수비용을 충당하여 왔다.
피고 의령남씨충경공파종회는 위토인 남양주시 별내면 외 31필지에 관하여 1981년경부터 1995년경까지 소유권보존등기 또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위 남양주시 별내면 외 31필지가 2006년경 한국토지공사에 의하여 수용되었고, 이로 인하여 피고 종회는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수용보상금 196억 원 가량을 지급받았다. 피고 종회는 원고가 위 위토 수용 이후 피고 종회에 제수비용 이외에 생활대책비용까지 요구한다는 이유로 2009. 2. 27. 정기총회에서 ‘충경공의 제사주재자를 피고 종회 대표자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고, 2010. 2. 26. 정기총회에서도 ‘원고와 그 후손을 충경공에 대한 봉사손의 지위에서 박탈하고 충경공에 대한 사당, 재실 및 묘의 관리, 제사 주재 등 충경공에 대한 모든 봉사를 피고 종회에서 직접 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
Ⅱ. 소송경과
원고는, 자신은 종손으로서 충경공 남재에 대한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있으나 피고 종회가 이를 다투고 있으므로 제사주재자 지위 확인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소(제사주재자 지위확인청구)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 종회는 원고는 봉사손에 불과할 뿐 충경공의 종손도 아니고,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는 제사주재자도 아니어서 충경공의 제사주재자 지위에 있지 않다고 다투었다. 이에 대해 원심은, 원고가 충경공에 대한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있고 피고 종회가 원고의 충경공의 제사주재자 지위를 부인하면서 피고 종회의 회장을 충경공의 제사주재자로 하는 내용의 종회 결의를 하는 등으로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0. 10. 7. 선고 2009나116828 판결).
Ⅲ. 판결요지
당사자 사이에 제사용 재산의 귀속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등으로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와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그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전제로서 제사주재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러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와 무관하게 공동선조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종중 내에서 단순한 제사주재자의 자격에 관한 시비 또는 제사 절차를 진행할 때에 종중의 종원 중 누가 제사를 주재할 것인지 등과 관련하여 제사주재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그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종원인 원고는 종중인 피고를 상대로 중시조인 의령남씨 5세손 충경공 남재의 제사주재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고 있을 뿐이고, 피고가 충경공의 사당 및 수용되기 전 충경공의 위토 등 제사용 재산의 적법한 소유자라는 취지의 피고 주장에 대하여는 원심 변론종결일까지 이를 다투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공동선조인 충경공 등의 제사를 모시는 피고 종중 내에서 단순한 제사주재자 자격에 관한 시비 또는 제사 절차를 진행할 때에 피고의 종원 중 누가 제사를 주재할 것인지에 관한 확인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여, 그 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
Ⅳ. 해설
1. 제사용재산과 제사주재자
우리나라 상속법은 상속인들 간의 평등, 분할상속을 원칙으로 한다. 이러한 상속원칙의 유일한 예외가 바로 제사용재산이다. 제사용재산이란 조상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필요한 재산을 말하는데, 민법 제1008조의3에서는 분묘가 있는 3,000평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제사도구)를 제사용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양임야란, 조상의 분묘를 수호하기 위해 벌목을 금지하고 나무를 기르는 산을 말한다. 그리고 묘토란, 거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분묘관리와 제사비용 등에 충당하는 농지를 말한다(이를 전통적으로 ‘위토’라고 불렀다). 이러한 제사용재산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에게 단독으로 귀속시키며, 상속세도 면제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2조).
그렇다면 누가 과연 제사주재자인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1990년 민법 개정 전에는 호주상속인이 제사용재산을 승계한다고 민법에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호주상속인이 제사주재자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1990년 개정 전 민법 제996조). 그러다가 호주상속제도가 폐지되고 호주승계제도가 도입되었던 1990년 민법 개정으로 인해 현재와 같이 제사용재산의 승계인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라고 변경되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과연 누구인가, 즉 누가 제사용재산을 단독으로 승계하는 제사주재자인가에 관하여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서는 '호주승계인’이라는 견해와 ‘실제로 제사를 주재하는 자’라는 견해의 대립이 있었으나, 판례는 ‘종손’이 제자주재자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는 2008. 11. 20.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변경된다(2007다27670). 누가 제사주재자가 될 것인지에 관하여 상속인 간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장남이, 장남이 없으면 장손이, 장손도 없으면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것이 현재 대법원의 견해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 종회가 ‘원고는 충경공의 종손도 아니고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는 제사주재자도 아니어서 충경공의 제사주재자 지위에 있지 않다’고 주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 제사주재자 지위의 확인을 구할 이익
이 사건의 원심은 조선시대의 제사상속 법제와 일제 강점기 및 구민법 시대의 제사상속 법제를 어렵게 심리하여 원고가 충경공의 제사주재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 심리과정이 참으로 고단했을 것임을 넉넉히 추측하고도 남을 일이나, 안타깝게도 이 사건은 원고가 충경공의 제사주재자인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는 사건이다. 제사주재자인지를 법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제사용재산이 공동상속인들 중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다툼이 있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는 위토인 남양주시 별내면 외 31필지가 제사용재산으로서 자기의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지 않다. 이 재산이 피고 종회의 소유임을 다투지 않으면서 제사주재자임을 인정해달라고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법원이 판시한 것처럼 확인의 이익이 없다.
만약 원고가 위 부동산이 제사용재산이고 자신이 제사주재자이므로 자기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종회를 상대로 제사주재자 지위확인청구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 확인의 소는 원고의 법적 지위가 불안·위험할 때에 그 불안·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확인판결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인 경우에 인정된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60239 판결 등 참조). 제사주재자와 제3자 사이에 제사용재산의 소유권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이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의 민법 제1008조의3에 의한 제사용재산의 승계 내지 그 기초가 되는 제사주재자 지위에 관한 다툼이 아니라 일반적인 재산 다툼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제사주재자로서는 제3자를 상대로 제사주재자 지위 확인을 구할 것이 아니라 제3자를 상대로 직접 이행청구나 권리관계 확인청구를 하여야 한다. 따라서 설령 원고와 제3자인 피고 종회 사이에 제사용재산의 소유관계에 관하여 다툼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해야 하는 것이지 제사주재자 지위확인청구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가 위 부동산이 제사용재산이고 자신이 제사주재자이므로 자기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종회를 상대로 제사주재자 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했더라도 그것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정을 제거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어서 역시 각하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 제사주재자지위확인을 구하는 소가 적법할까? 가장 대표적인 경우로는, 장남은 자신이 제사주재자이므로 제사용재산을 단독으로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나머지 형제들은 이를 부인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장남이 제사주재자인지 여부가 먼저 확인되어야만 그 재산을 제외하고 나머지 재산만을 가지고 상속재산분할을 할 것인지 또는 유류분침해액을 계산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확인의 이익이 있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8.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9.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10.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11.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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