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우 기자 ]
■NIE 포인트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긴 한국 기업들을 다시 불러오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지 생각해보자. 해외 각국의 투자 유치 경쟁이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토론해보자.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은 기업투자 환경 개선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외 기업들을 향해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Buy American, Hire American)”고 요구하며 투자 유치에 앞장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베노믹스’(아베식 경제정책)를 통해 자국 기업의 국내 투자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했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세제 개편과 노동시장 개혁으로 기업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美 투자계획 쏟아내는 글로벌 기업들
미국은 ‘메이드 인(Made in) USA’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내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다른 나라 투자를 늘리는 기업에는 유·무형의 압력을 가하는 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행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15%로 인하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15.8%), 일본(23.4%), 한국(24.2%) 등 제조업 경쟁국들보다 세율을 낮춰 기업을 더 많이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또 해외 공장의 미국 이전 시 비용의 20% 지원, 지역 주민 고용 시 1인당 3000달러 지원 등 다양한 공장 유치 정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자동차업체 포드는 멕시코 공장 신설 계획을 취소하고 미국 미시간주 3개 공장에 1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에어컨업체 캐리어는 2000명이 근무하는 인디애나주 공장의 멕시코 이전 계획을 철회했다. 또 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에 500억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5만개를 창출하기로 했고, 도요타자동차가 5년간 100억달러를 집행하기로 했다. 중국 알리바바도 미국 중소기업을 유치해 5년간 100만 개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은 드물었지만, 트럼프의 ‘당근과 채찍’이 적지 않은 변화를 이끌어낸 셈이다.
고향 땅으로 돌아오는 日 제조업체들
일본 정부는 공장 설립 규제 완화, 환율·노동정책 등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자국 기업의 ‘U턴’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비용 절감과 해외 진출 전략에서 한때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는 게 유행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에서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충분히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 생산하면 엔화 약세의 덕을 보지 못해 ‘이중으로 손해’라는 인식이 퍼졌다.
일본 제조업체의 해외 투자 증가세는 2011년을 정점으로 둔화됐다. 2011년 49.6%에 달했던 제조업체 해외 투자 증가율은 2014~2015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일본은 2014년 ‘산업경쟁력 강화법’을 시행해 연평균 40여 건의 사업 재편 계획을 승인하는 등 기업 구조조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앞서 2000년대에는 대도시 인근 공장 규제법이었던 ‘기성 시가지 공장제한법’과 ‘공장재배치 촉진법’을 폐지하는 등 기업들의 대도시 이전에 걸림돌을 없애는 정책을 폈다.
유럽도 세제개편·노동개혁 시도 잇따라
영국은 28%이던 법인세율을 2015년 20%로 낮춘 데 이어 올해 15%로 인하할 계획이다. 일자리 한 개를 새로 만들 때마다 5000파운드를 지원하며, 연구개발(R&D) 투자에는 125%를 공제하는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스페인은 2012년부터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규모가 작은 기업은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스페인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012년 146억달러에서 2014년 229억달러로 커졌다.
이탈리아는 기업이 경영상 해고할 때 해고가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해도 근로자에게 원직 복직이 아니라 12~24개월치 임금을 보상금으로 지급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해고 요건 완화, 노동시간과 임금 자율협약 확대 등을 담은 노동개혁에 나서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도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쟁국을 뛰어넘는 기업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