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주는 왜 최저임금 깎았을까

입력 2017-07-07 18:06
주지사 "일자리 줄어든다"
세인트루이스시 10→7.7달러로

"자영업자 파산 불러 일자리 위협"
최저임금 인상 막은 주지사의 소신

시애틀, 11→13달러 인상 후 근로자 월소득 6.6% 감소


[ 이심기 기자 ] 미국 미주리주가 최저임금 인상을 막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미국 대다수 주가 최저임금 올리기에 나서는 것과 정반대다.

에릭 그레이텐스 미주리주지사는 6일(현지시간) 주 최대 도시인 세인트루인스의 근로자 최저임금을 시간당 10달러에서 7.7달러로 되돌리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주의 모든 도시가 최저임금을 임의로 책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간당 10달러로 인상된 세인트루이스의 최저임금은 미주리주 기준인 7.7달러로 다시 깎이게 됐다. 애초 내년 1월부터 시간당 11달러로 올리기로 한 결정도 효력을 잃는다. 공화당 소속인 그레이텐스 지사는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죽이면서 진보주의자들 주장과 달리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앗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미주리주의 결정은 세인트루이스의 최저임금 인상이 사실상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면서 주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주 뉴욕시는 내년부터, 워싱턴주 시애틀시는 2021년부터, 캘리포니아주는 2022년부터 시간당 15달러의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에릭 그레이텐스 미주리 주지사는 6일(현지시간) 세인트루이스의 임금 인상을 무효화하는 법안에 서명한 뒤 “우리 주는 더 많은 민간부문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파산으로 몰아 오히려 일자리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한 세인트루이스 시의회에 대해 “실패할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레이텐스 주지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정부가 기업주에게 임의로 추가 임금이라는 부담을 줘 결과적으로 직원의 근무시간을 축소하거나 해고하도록 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결과는 논문에서나 발견할 수 있을 뿐 실제로는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세인트루이스 자영업자들도 올해 초 최저임금을 올리기로 한 시의회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가 지난달 26일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분석한 결과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시애틀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11달러에서 13달러로 인상된 이후 저임금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소득은 6.6%(125달러·약 14만4000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임금은 3.1% 올랐지만 근로시간이 9.4% 줄어 정책 의도와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그레이텐스 주지사도 “시애틀의 사례는 사업주가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다른 수단으로 보상받으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해온 미국 국제서비스종업원노조(SEIU)와 시민단체 등은 공화당 소속 그레이텐스 주지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미 뉴욕과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 중심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주지사,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