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공정위 '해묵은 갈등' 또 불거지나

입력 2017-07-07 17:32
김상조, 금융위에 '나쁜 짓' 발언 사과했지만…
사사건건 '으르렁'

CD금리·관용헬기 보험료 등 공정위가 담합조사 나설 때마다
금융위는 '불편한 기색' 표출


[ 이태명/박신영 기자 ]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 냉기류가 흐를 조짐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일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했는데 공정위가 욕은 더 먹었다”는 발언을 하면서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금융위는 고위 채널을 통해 강력 항의했다. 김 위원장이 곧바로 금융위에 사과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확전(擴戰)을 피하는 분위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7일 출근길에 “(김 위원장의 발언은) 다 같이 잘해 보자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양측의 갈등이 언젠가 재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검찰’의 권한을 금융권으로 확장하려는 공정위와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침해받지 않으려는 금융위의 이해관계가 상충된다는 점에서다.


사사건건 이해관계 상충

가장 최근에 두 조직이 맞붙은 건 ‘시중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을 두고서다. 공정위는 2012년 6개 시중은행이 CD금리를 담합했는지 조사했다. CD금리는 대출금리를 정하는 기준 지표인데, 은행들이 이 금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짬짜미를 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시중에 유통되는 CD 물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금리 변동이 없었던 것이지 은행들이 담합을 한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4년여의 조사 끝에 공정위는 지난해 5월 CD금리 담합은 없었다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보험상품과 관련한 담합 조사를 놓고서도 양측은 갈등을 빚고 있다. 공정위는 국내 1위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헬기보험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 등이 사용하는 관용헬기에 대한 재보험료가 수년째 변동이 없는 게 코리안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공정위 생각이다. 공정위는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헬기보험에 대한 재보험에 가입하는 손해보험회사들이 담합을 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의 생각은 다르다. 관용헬기 보험은 손해율이 높아 손해보험회사들이 규모가 작은 재보험사 상품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손해보험회사들의 자동차보험 담합 조사도 추진 중이다. 일부 보험회사들이 일반 자동차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대신 공동인수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행위가 담합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공동인수는 사고 이력이 많아 자차 및 자기신체 보장특약 가입이 어려운 운전자를 위해 보험 가입의 길을 열어준 것인데, 이를 담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결국은 영역 다툼 문제”

두 위원회가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건 조직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게 관가의 해석이다. 공정위가 금융회사의 담합 등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금융위로선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받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 감독권을 쥔 금융위와 담합 조사권을 쥔 공정위가 맞부딪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 조직의 갈등을 영역다툼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는 금융위가 금융회사 입장을 대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의 영역인 금융 분야에 공정위가 개입하는 걸 반기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반대로 금융위 쪽에선 공정위가 담합조사를 통해 금융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정위가 지난해 조사한 CD금리 담합 건은 조금만 들여다보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명확했다”며 “담합조사 대응을 위해 은행들이 공정위 퇴직 관료들이 몸담고 있는 대형 로펌에 40억원이 넘는 자문비를 줬다”고 귀띔했다.

이태명/박신영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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