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엔 미사일로…한·미, 첫 선제타격 훈련

입력 2017-07-05 18:35
청와대, 미국에 무력시위 먼저 제의

한 발로 축구장 4배 초토화
현무-2·ATACMS 발사…북한 지도부 타격 능력 과시


[ 김기만 기자 ] 한·미 군당국은 5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한 지 하루 만에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을 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한·미 미사일 부대가 오늘 오전 7시 동해안에서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격에는 한국군의 현무-2와 미8군의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이 동원됐다. 현무-2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사거리 300㎞ 탄도미사일이고, 에이태킴스(사거리 300㎞)는 한 발로 축구장 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훈련으로 유사시 적 지도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측에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북 도발 후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우리가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며, 우리의 확고한 미사일 연합대응태세를 북한에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한·미 연합 미사일 무력시위를 지시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정 실장이 4일 오후 9시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공감한다”며 미사일 발사계획을 승인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해 한·미가 연합으로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북한에 대한 응징 의지를 미사일 훈련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날 가상 평양타격 작전 동영상을 공개했다. 군이 공개한 현무-2C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 슬램-ER 등은 북한의 전쟁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에 동원된다. 특히 타우러스는 평양 노동당 청사에 있는 김정은 위원장 집무실의 창문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