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 이현일 기자 ]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고 본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제도 정비를 차일피일 미룬 결과다.”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에서 3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자마자 한 핀테크(금융기술)업체 대표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가상화폐 매매는 ‘사실상의 금융거래’인데도 금융위나 금감원이 뒷짐만 지고 있으니 해킹, 피싱 등으로 인한 피해도 늘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는 아직까지는 컴퓨터나 모바일에서만 존재하는 일종의 데이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생겨났다. 처음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이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하고 있는 데다 블록체인이라는 뛰어난 보안시스템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물경제에서 사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일본에선 항공권을 사거나 가스요금을 내는 데 비트코인을 쓸 수 있도록 했다. 가상화폐가 현재의 통화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둔다면 가상화폐의 값이 뛰고 거래가 급증할 것이란 점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금융위나 금감원이 지난해 11월 디지털화폐 제도화 논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 TF를 만들어 논의한다고는 했지만 어떤 결과물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업계는 금융당국이 개인 간(P2P) 대출업계에는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며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P2P 금융은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투자자)을 연결해 자금 수요자에게 싼 이자로 대출해 주고 투자자에겐 기존 금융회사에 비해 높은 이자 수익을 준다. 돈을 빌려주는 대상도 확실하다. 미국에선 업력이 10년이나 되며 검증받은 모델로 평가받는다. 그런데도 최근 금융당국은 1인당 P2P 투자 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했다. 보안 규정도 엄격한 편이다. 모두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자들도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보안, 시세조종, 횡령 등으로 인한 피해는 막아야 한다. 이번 사고로 소는 잃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지 않을까.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