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때 대체근로 막는 노동법…"기울어진 운동장부터 평평하게"

입력 2017-07-04 17:56
'Made in Korea 시대' 다시 열자
(3) 노동개혁 없이 일자리 창출 없다


[ 강현우 기자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4일부터 사흘간 하루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인다. 올 들어 일곱 번째 파업이다. 한국GM 노조도 6~7일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 현대중공업은 2014~2015년 누적 3조6000억원 순손실을 냈고, 한국GM은 3년간 2조원 적자를 봤다. 만도헬라 말레베어공조 등 중소·중견기업에서도 잇따라 파업이 발생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하려면 파업권을 확보해야 한다. 절차는 단순하다.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신청과 조합원 과반수 찬성 등 두 가지 요건만 갖추면 된다. 파업권을 확보하면 1년 365일 파업도 가능하다. 반면 기업은 파업에 대응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다가 실적이 나빠지기 일쑤다. ‘무노동 무임금’으로 맞서기도 힘들다. 거래처를 잃고 폐업 위기에 몰릴 우려가 크다. 노동법이 노조 보호에만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 창출 막는 파업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파업 참가자 수×파업시간÷1일 근로시간)는 203만 일로 공식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공·금융노조의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 현대자동차 노조의 12년 만의 전면 파업 등 영향이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대치가 높아진 노동계가 투쟁 수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하이닉스,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노사관계가 원만했던 기업의 노조들도 올해는 기본급 7% 이상 인상을 요구하면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 노동권 보장 등 주요 대선 공약에 맞춘 파업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에 센서를 공급하는 만도헬라에선 하도급업체인 서울커뮤니케이션과 쉘코어 직원으로 구성된 노조(금속노조 만도헬라비정규지회)가 지난 5월31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평균 연봉 4470만원(서울커뮤니케이션), 4370만원(쉘코어)에 각 업체의 정규직인 이들은 소속 회사가 아니라 만도헬라에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르노삼성에 에어컨·히터를 납품하는 말레베어공조도 파업 때문에 공장을 절반밖에 돌리지 못하고 있다. 기업노조(1노조)와 금속노조 말레베어분회(2노조)의 복수노조 체제에서 소수 노조인 금속노조가 교섭권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동계는 회사가 흑자든 적자든 간에 일단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 조건을 내건 다음 파업에 들어간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기업은 해외로 떠난다.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든다. “금속노조가 들어서면 천천히 망하거나 빨리 망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게 많은 중소업체의 호소다.

◆손발 묶인 기업들

파업을 너무 쉽게 허용하는 노동법에 문제가 있다고 기업들은 지적한다. 현행법상 파업은 절차적 요건을 갖추고 파업 이유가 근로조건에 관련한 현안이기만 하면 합법이다.

반면 기업들은 대응 수단이 거의 없다. 대부분 국가에서 허용하는 대체근로도 막혀 있다. 노조 파업 시 신규 채용·파견·하도급 등을 활용해 공장을 돌리도록 하는 게 대체근로다. 노조 보호가 강한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도 대체근로는 허용된다. 국제노동기구(ILO) 지침도 ‘원칙 허용, 남용 금지’다. 세계적으로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과 아프리카 말라위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체근로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가 노동계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사업장 점거 파업 허용, 엄격한 직장폐쇄 요건 등도 힘의 불균형을 낳는 대표적 제도로 꼽힌다. 현행 노동법은 생산 등 주요 시설 점거만 금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노조의 직장 점거가 전면 금지됐지만 1997년 쟁의행위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법이 개정됐다.

반면 직장폐쇄는 ‘파업 중일 것’, ‘사전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노동위원회에 각각 신고할 것’ 등의 요건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사용자가 요건을 지키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등 형벌을 받을 수 있으며 직장폐쇄 기간 중의 임금도 전액 지급해야 한다.

이런 노동제도와 강성노조 때문에 많은 기업이 국내 일자리 확대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테트라팩(2007년), 발레오공조(2010년), 깁스코리아(2012년) 등 강성노조 투쟁에 지쳐 폐업한 외국인 투자 기업도 수두룩하다. 에이미 잭슨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면 한국 특유의 노동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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