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 '무역 불균형' 공세에 구체 수치로 반박한 '대통령 경제교사' 김현철

입력 2017-07-04 17:48
수정 2017-07-05 05:16
청와대 이 사람 - 김현철 경제보좌관

한·미 확대정상회담 이례적 참석
트럼프 참모와 'FTA 설전' 벌여
"미국 측 통상문제 압박 예상…장하성 실장과 스터디 많이 했다"

'문재인의 국민성장론' 설계한 핵심
'잃어버린 20년' 연구한 일본통…독일 G20 정상회의도 수행


[ 조미현 기자 ] 지난달 30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확대정상회담 자리. 우리 측 경제정책 담당자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배석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장 실장과 달리 김 보좌관이 회담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명되기 전이었고 청와대 경제수석이 공석인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통상전문가가 아닌 그가 대표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김 보좌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 보좌관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국 측 정부 인사들에게 맞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김 보좌관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통상 문제에 대해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회담을 앞두고 장 실장과 함께 관련 스터디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과 함께 매주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는 고정 멤버다. 장 실장과 함께 거시적 관점에서 한국의 경제 상황을 챙기고 아젠다를 수립한다. 김 보좌관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사무처장도 겸하고 있다.

경제보좌관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처음 생긴 자리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라진 뒤 문 대통령 취임 후 정책실장 산하로 부활했다.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경제보좌관은 독립적 위치에서 경제 상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에 대해 대통령에게 조언한다. 김 보좌관은 “경제수석이나 일자리수석 등 개별 수석은 해당 분야 정책을 관할하는 반면 경제보좌관은 경제 전반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해 논리를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김 보좌관은 심인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직접 겪으며 관련 연구를 해온 ‘일본통’이다. 한국 경제는 1990년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일본 경제와 닮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김 보좌관은 문 대통령의 경제 공약 제이(J)노믹스의 ‘국민성장론’을 설계한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국민성장론은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가 진작되고 내수가 살아난다는 이론이다. 문 대통령은 김 보좌관이 쓴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전략》을 읽고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인구절벽, 소비절벽으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저성장 타개책을 다뤘다. 문 대통령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은 김 보좌관은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국민성장추진단장을 지냈다. 청와대에 입성한 뒤에는 장 실장과 문재인 정부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5일 문 대통령과 함께 출국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