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가 보고 있다"…살인·강도 검거율 100%

입력 2017-07-03 18:31
대형사건 용의자 '꼼짝마'

CCTV·블랙박스 등 보급 늘고 공개수배로 SNS 제보 잇따라
올 강력범 대부분 열흘내 잡혀

살인·강도 등 5대 범죄 검거율 2016년 77%
5년새 20%P '껑충'


[ 이현진/구은서 기자 ] 경남 창원 골프장 납치·살해 사건의 용의자 세 명이 공개수배 6일 만인 3일 모두 붙잡혔다. 지난달 24일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A씨를 납치·살해한 이들 중 한 명은 검거했지만 나머지 일당을 놓친 경찰은 28일 공개수배로 전환했다. 시민 제보로 서울 면목동의 한 모텔에서 나머지 두 명까지 모두 검거했다. 경찰은 올 들어 발생한 주요 강력사건 용의자 대부분을 열흘 안에 체포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폐쇄회로TV(CCTV)와 블랙박스 등 정보기술(IT) 장비가 널리 보급돼 범인의 흔적을 찾기 쉬워진 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적극 활용하면서 시민 제보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작년 살인·강도 검거율 100%

경찰은 올해 일어난 주요 강력 사건의 용의자들을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지 열흘 안에 붙잡는 개가를 올렸다. 지난 3월29일 인천 동춘동에서 일어난 ‘초등학생 살인 사건’ 용의자는 사건 발생 불과 6시간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4월20일 경북 경산시 농협 권총강도 사건 용의자는 범행 55시간 만에 충북 단양군에서 붙잡혔다.

과거 비슷한 사건들에서 수사캠프를 차리고 범인 검거에 장기간 동분서주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장면이었다.

경찰의 발빠른 범인 검거 행진은 지난달 13일 서울 연세대에서 일어난 사제폭탄 폭발 사건에서도 목격됐다. 초유의 사제폭탄 테러에 불안감이 증폭했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12시간 만에 용의자를 긴급체포했다.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킨 굵직한 중대 사건들이 올 들어 예외 없이 신속하게 해결되는 모습이다.

사건이 장기화되는 사례가 급격히 줄어들며 범인 검거율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57.1%에 불과했던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검거율은 꾸준히 높아져 지난해 76.9%까지 올랐다. 특히 지난해 5대 범죄 가운데 살인과 강도 사건 검거율은 모두 100%를 기록했다.

◆‘CSI’가 일등공신

이처럼 경찰 수사력에 속도가 붙은 데는 CCTV·블랙박스 등 IT기기와 영상 장비 보급이 크게 늘어난 점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일어난 주요 사건은 예외 없이 CCTV와 블랙박스 등이 용의자를 특정하는 주요 단서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시작했을 때 피의자 영상을 확보해 동선을 파악하기 쉬워진 점이 높은 검거율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CCTV는 2011년 36만4302대에서 지난해 84만5136대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범죄 예방용이 40만9028대(48.4%)로 가장 비중이 크다. CCTV를 활용해 범죄를 해결한 건수는 2012년 1115건에서 지난해 2만1016건으로 폭증했다. 차량용 블랙박스 역시 지난해 200만 개가 팔리며 2012년(50만 개)에 비해 네 배가량 증가했다.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가 국산·외국산을 포함해 총 181만 대란 점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신규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된 셈이다.

경찰이 SNS 활용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든 것이 온라인 제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경찰서 수사관은 “범행 용의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진 사건의 경우 SNS를 통해 주변 제보가 쏟아진다”며 “이를 본 피의자들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아 자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현진/구은서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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