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 문 대통령 '탈원전 공약' 짠 에너지 전문가

입력 2017-07-03 18:29
산업·통상 경험 없어
문 대통령 탈원전 공약 속도낼 듯
산업정책·통상은 공백 우려


[ 오형주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지명된 백운규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53·사진)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공약을 설계한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다.

백 후보자는 인선 발표 직후 통화에서 “미래 에너지 체계로 갈 수 있는 방향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에너지는 다(多) 학제 간 학문이기 때문에 어떤 한 측면에서 보기보다는 여러 학문을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공학과에서 에너지정책을 강의해왔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또 전문적인 산업부 공무원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대처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공학자로서 백 후보자는 친환경 에너지물질과 나노 패터닝 등을 주로 연구했다. 그동안 논문 280편을 펴냈고, 90건의 각종 특허를 출원했다. 저서도 3권을 집필했다. 지난 4월 신재생·청정에너지 전문가 다섯 명 중 한 명으로 문재인 캠프의 대선 공약 입안 작업에 합류했다.

새 정부가 내놓은 ‘탈(脫)원전·탈석탄’ 등 에너지정책의 주요 뼈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는 한양대 무기재료공학 동문이다. 백 후보자가 82학번, 임 실장이 86학번이다.

백 후보자는 평소 에너지정책의 ‘대전환’을 강조해왔다. 그는 올초 한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이 원하는 시대적 가치는 ‘맑은 공기와 안전한 사회’”라며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고, 원전은 현재 건설 중인 것만 허용하되 수명 연장을 허용하지 않아 2060년대 중반에는 원전 ‘0(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후보자는 국내에서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요 오염원 중 하나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지목했다. 지난 5월 중순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석탄화력발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까지 한국이 신재생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신재생에너지에는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환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백 후보자는 “에너지원별 세제가 불균형적인 데다 외국처럼 탄소 배출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에너지 가격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왜곡만 바로잡아도 전기요금 상승 요인은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에너지 전문가가 산업부 장관에 지명됨에 따라 문 대통령의 ‘탈원전’ 에너지정책이 한층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산업부의 주요 기능인 산업, 자원, 통상분야에서 산업과 통상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백 후보자는 산업 일반과 통상에는 경험이 전무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통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비통상 전문가 기용이 자칫 상대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대로 차관급으로 신설되는 통상교섭본부장이 장관을 대신해 통상을 전담하고, 백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에너지 공약인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행정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 장관이 기(氣)가 센 산업부 관료들을 장악해 정책을 원만하게 이끌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 백운규 장관 후보자는

△1964년 경남 마산 출생 △진해고,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 졸업 △미국 클렘슨대 세라믹공학 박사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전문위원 △미래창조과학부 다부처공동기술협력특별위 위원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겸 제3공과대학 학장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