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식도 내용도 놀라운 13년 만의 철도개혁 뒤집기

입력 2017-07-03 17:42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논의하고 틀을 잡았던 철도개혁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2일 한국노총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선승리 노동존중 정책연대 협약서’ 및 ‘정책요구 12대 과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한국노총과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을 통합한다’고 약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교통부가 수서발(發) 고속철(SR)을 코레일과 통합하는 작업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만 해도 설마 하던 일이다. 이리되면 13년 만에 과거 철도청 체제로 회귀하게 된다.

놀라운 것은 오랜 논의와 진통 끝에 나온 철도 구조개혁을 노동계와의 협약이라는 형식으로 간단하게 뒤집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시설과 운영의 분리,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노무현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틀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지켜졌다. 철도개혁이 좌, 우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일방의 이해당사자에 불과한 노동계와 협약해 이를 흔들면 어찌 되겠나. 사회구성원이 어렵사리 도출한 공공선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고, 정당성을 갖기도 어렵다. 공약과 표의 은밀한 거래라는 의혹마저 살 수 있다.

내용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철도 선진국일수록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추세다. 철도노조와 시민단체는 코레일과 시설공단을 분리한 결과는 비효율 지속과 경쟁력 저하라고 말하지만 그 반대다. 분리 이후 철도시설 투자는 대폭 늘었다. 고속철도, 준고속철도 등이 많이 건설됐고 철도 총연장이 크게 증가했다. 코레일 영업손실도 요금이 높은 고속철도 등에 힘입어 계속 줄어들어 2014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섰다. 오히려 다시 통합이 돼 부채 함정에 빠지면 투자도, 경영이나 서비스 개선도 기대 난망이다. 이로 인해 적자노선 보조조차 어렵다면 노조가 말하는 철도 공공성 확보는 더 멀어진다. 과거 철도청 시절 경험했던 바다.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통합이 문 대통령과 노동계의 협약에 들어있음이 밝혀지면서 탈핵(核)은 그럼 어디와의 협약 결과인지, 또 다른 협약은 없는지 온갖 억측이 나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공론화 과정도 없이 방향을 180도 선회하면 온전할 정책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