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주장하는 트럼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서 '자유롭고' 문구 삭제 요구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끝난 뒤 7시간이 지나서야 한·미 양국의 공동성명이 발표된 것은 ‘프리(free)’라는 단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성명 초안은 양국 실무자 간 사전합의로 완성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free’라는 단어 하나를 뺄 것을 지시하고 이를 놓고 양측이 조율하다 보니 최종 발표가 늦춰진 것이다. 한·미 공동성명은 정상회담이 끝나고 양국 정상이 지난달 30일 낮 12시(현지시간) 공동 언론 발표를 한 뒤에도 7시간이 지나도록 공개되지 않아 합의가 결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후 세부적인 조율을 위해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전 접촉 등으로 둘 사이에 ‘핫라인’이 개설됐으나 맥매스터 보좌관이 전화를 받지 않아 청와대 측에서는 ‘공동성명이 취소되는 게 아니냐’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시간이 지나 정 실장과 통화가 된 맥매스터 보좌관은 공동성명 여섯 항목 중 세 번째 항목인 ‘Advancing Free and Fair Trade to Promote Economic Growth(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란 문구에서 free라는 단어를 빼줄 수 있냐고 타진해왔다. ‘자유무역 지지자는 반미주의자’라며 평소 보호무역정책을 주창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 ‘free trade(자유무역)’란 단어가 포함된 것을 마뜩잖아 한 것 아니냐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정 실장이 급히 참모진과 논의를 거쳐 ‘free’를 빼는 데 합의하면서 상황은 수습될 수 있었다.
청와대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 빠졌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주한 미군 주둔비 인상 등 다소 민감한 내용을 언급할 것을 사전에 예측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백악관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성격상 정상회담에서 나오지 않은 얘기를 (언론 발표에서) 할 수도 있다’고 귀띔해줬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