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태도 모호하면 미국발 청구서 계속 날아올 수도

입력 2017-07-02 19:39
수정 2017-07-03 07:14
지난 주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은 우려에 비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도 인정했다.

공동성명만으로 보면 ‘제재·대화 병행’ ‘핵 동결→완전폐기 2단계 접근’ 등을 주창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가 탄력을 받을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도 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안에 대해 미국 측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청와대의 평가도 어느 정도 타당성 있게 들린다.

그러나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시각차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공동성명과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발표문 내용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발표문에선 대화를 일절 언급 않고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는 등의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언론발표문을 낸 지 7시간 지나서야 공동성명이 발표된 것도 난관을 예고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한국을 당혹스럽게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발표문에서 대북 문제 못지않게 양국 간 무역불균형을 집중 거론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하자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는 브리핑까지 했다. 정작 공동성명에 재협상 문제는 빠졌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FTA 재협상을 지렛대로 대북 정책과 관련해 한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한국 정부가 취해 온 어정쩡한 대북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FTA 재협상·방위비 분담금 증액’ 같은 청구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5·24 대북제재 해제, 개성공단 재개, 남북 정상회담 등을 주장해 미국과 엇박자를 냈다. 그런데 지금은 정확한 태도가 무엇인지 모호하다. 사드 문제만 해도 문 대통령이 “배치 의구심을 버려도 좋다”고 했지만, 배치 시기는 기약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이든, 정부는 앞으로 대북 문제에서만큼은 딱 부러진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으로부터 ‘청구서’가 계속 날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