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51세 여성이 3일 전부터 왼쪽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이 흉통은 찌르는 듯한 통증이었고, 숨을 들이마시거나 자세를 바꿀 때 심해졌다. 처음에는 통증이 경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심해져 심각한 심장질환이 아닐까 걱정돼 병원을 찾았다. 진찰과 검사 결과 흉통의 원인은 늑골간 근육의 염증으로 진단돼 약물 치료를 받고 좋아졌다.
흉통이 나타나면 흔히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심각한 질환을 의심하지만, 사실 심장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인 경우는 흔하지 않다. 위산 등 위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감으로써 가슴이 타는 듯하거나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이 생기는 위식도역류질환, 늑골간 근육의 염좌, 그리고 갈비뼈와 앞가슴뼈 사이의 연골에 염증이 생기는 늑연골염도 흉통을 유발한다.
폐렴, 늑막염 같은 폐질환과 불안증이나 공황장애도 흉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외에 유방염이나 대상포진도 흉통을 유발할 수 있다. 흉통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므로 통증이 반복되거나 지속될 경우 병의원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흉통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아닐지라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질환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심혈관질환이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성 변화가 생겨 좁아지거나 좁아진 혈관 내에 혈전이 생기면 협심증이 발생한다. 가슴 한가운데가 쥐어짜는 듯이 아프고 왼쪽 어깨 부위로 퍼지며 운동할 때 통증이 심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근경색증은 좁아진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에 괴사가 발생하면서 가슴에 짓누르고 쥐어짜는 듯한 심한 통증이 있고 식은땀, 메스꺼움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왼쪽 가슴을 무겁게 누르고 조이는 듯한 통증이 15분 이상 이어지고 심할 경우 호흡곤란, 구역, 구토가 동반된다면 심혈관질환 가능성이 높으므로 곧바로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가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협심증 과거력이 있거나 비만, 흡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이 있다면 더욱 더 심혈관질환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심근경색증은 3시간 이내 골든타임에 막힌 혈관을 뚫어야 치료 성공률이 높으므로 신속한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강재헌 <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