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천재 시인 백석

입력 2017-06-30 18:14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임근호 기자 ] 시인 백석(白石)이 1936년 첫 시집 《사슴》을 100부 한정으로 출간하자 문학청년들 사이에 ‘백석 열풍’이 불었다. 이들은 시집을 돌려보며 통째로 암기하거나 베껴 썼다. 윤동주도 그중 한 명이어서 이 시집을 도서관에서 빌려 필사했다고 한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은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로 시작하는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동주보다 다섯 살 많은 백석은 1912년 7월1일 평안북도 정주군 갈산면 익성동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백기행. 19세의 나이로 신춘문예에 당선돼 일찍이 ‘천재 시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여우난골족’ ‘여승’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등 투박한 북방사투리로 토착적 정서를 노래하면서도 모던한 감각을 지닌 시를 많이 남겼다.

6·25전쟁 후 북한에 남았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저 고향 땅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선 그에 관한 모든 출판물이 금지됐다. 잊혀진 시인이었다가 1987년 납·월북 문인 해금 조치 이후 재평가를 받았다.

백석은 북한 정권의 냉대 속에 30년 넘게 벽촌에서 농사짓고 양을 치다 1996년 1월 생을 마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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