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MP3에 열광하던 사람들, 다시 LP에 반하다

입력 2017-06-29 19:33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지음 / 박상현·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 448쪽│1만6800원


[ 송태형 기자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이행이 가장 급속도로 이뤄진 분야 중 하나가 음악 재생이다. 음악 감상법의 대세는 새로운 재생 기술의 등장에 따라 레코드판(LP), 카세트테이프에서 CD, MP3파일을 거쳐 무선 스트리밍서비스로 빠르게 바뀌었다. 2010년대 들어 미국 스포티파이, 한국 멜론같이 언제 어디서나 무선으로 음악을 편리하고 저렴하게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서비스가 음악산업의 지배자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바로 그 시점에 ‘디지털 혁명’을 거스르는 듯한 변화가 생겨났다. 디지털 기술의 첫 번째 희생자였던 LP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LP음반 판매량은 2008년 500만 장에서 2015년 3200만 장으로 급증했다. 1994년 이후 최대다.

캐나다 문화전문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색스는 ‘LP의 부활’을 복고나 향수에 따른 단기적인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좀 더 거시적인 현상으로 주목한다.

색스는 《아날로그의 반격(원제:the revenge of analog)》에서 하루 24시간 풀가동되는 미국 내슈빌 LP 제조공장, ‘트렌드세터들의 필수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몰스킨 노트를 기획한 이탈리아 밀라노 본사,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들어선 독립서점 북컬처,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는 캐나다 토론토의 보드게임 카페 등 세계 곳곳의 ‘아날로그 반격’ 현장으로 안내한다. 디지털이 경제와 일상 전반에 파고든 시대에 디지털이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 아이디어가 새롭게 부상하는 현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아날로그의 가치와 미래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저자에 따르면 LP의 재발견이 가장 널리, 극적으로 이뤄진 곳은 디지털 경제를 선도해온 미국이다. 미국 최대 LP 제조공장인 내슈빌 URP는 2010년만 해도 약 50명의 직원이 하루에 여섯 시간, 그것도 1주일에 이틀만 일했다. 현재는 주 6일, 하루 24시간 돌아간다. 직원도 150여 명으로 늘었다. 하루 평균생산량은 4만 장으로 열 배 증가했다. 미국 LP음반 판매량은 2007년 99만 장에서 2015년 1200만 장으로 늘었다. 주 소비층은 18~24세다. LP를 구매한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였다.

색스는 LP의 부활, 종이책 매출 증가, 온라인업체의 오프라인 매장 진출, 보드게임 성행 등은 역설적이게도 기가 막히게 좋아진 디지털기술이 일상생활을 지배하게 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디지털에 둘러싸인 사람들은 이제 좀 더 촉각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경험을 갈망한다. 손으로 만지거나 느낄 수 있는 진짜 제품이나 진짜 인간과 대면해 교감할 수 있는 서비스와 소통하려는 욕구가 늘어났다. 그런 경험을 위해서 기꺼이 웃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예를 들면, 방금 떠오른 생각을 종이 위에 펜으로 써내려 가면서 느끼는 오감의 만족, 찍는 즉시 눈과 손으로 만져지는 폴라로이드 사진의 마술, 매끈하게 인쇄된 주말판 신문을 넘기는 동작의 질감, 턴테이블 바늘이 반짝반짝 빛나는 레코드판으로 내려가면서 음악이 재생되는 순간의 희열 같은 것이다.

저자는 “‘아날로그 반격’의 뒤에는 아날로그 감성을 공략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있다”며 “재탄생한 아날로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욕망을 채워주는 기업과 개인에게 수익 창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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