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 마지혜 기자 ]
레스토랑은 성별과 인종, 노동, 계급 등 온갖 사회 현실이 녹아 있는 ‘소우주’다. 레스토랑의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를 보며 미국 사회학자 엘리 러셀 혹실드는 ‘감정노동’이라는 개념을, 사회비평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워킹 푸어’라는 존재를 발견했다.
미국 문화사학자 크리스토프 리바트는 《레스토랑에서》를 통해 “레스토랑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시대 진단의 시금석”이라고 말한다. 그는 레스토랑과 관련된 각종 역사적 기록과 현상을 ‘맛’과 ‘공간’, ‘사람’이라는 테마 안에 정리했다.
18세기 초 프랑스 귀족과 엘리트들은 궁정 연회에 싫증을 느꼈다. 이들은 보다 사적인 식사 장소를 원했다. 친구나 연인 앞에서 자신의 예민함과 취향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은밀한 장소가 필요했다. 이 시기에 프랑스에서 레스토랑이 탄생한 배경이다.
시대 변화는 미식의 철학을 바꿨다. 프랑스 레스토랑은 상류층을 위한 최고급 요리인 ‘오트 퀴진’으로 꽃을 피웠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고급문화의 대중화가 시대정신으로 부상하며 오트 퀴진은 이와 충돌을 빚었다. 21세기에 와서는 인권은 물론 동물권 등 생명의 보편적 권리에 대한 인식이 확산했다. 촉새를 잔인하게 죽여서 만드는 요리 ‘오르톨랑’은 지식인 사이에서 지양해야 할 대상이 됐다. 가볍고 신선한 요리를 추구하는 ‘누벨 퀴진’이 점차 프랑스 미식 문화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저자는 측정 가능한 육체활동만이 아니라 미소로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감정노동을 중시하는 레스토랑 노동의 성격에 주목한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이상하고 불합리한 것으로 여겨진 감정노동이 오늘날엔 당연시되고 있다. 그는 “오늘날엔 우리 모두가 웨이터고 웨이트리스”라고 꼬집는다.(이수영 옮김, 열린책들, 352쪽, 1만50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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