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이 본 한국 외교 "미·중 샌드위치 신세 한국이 자초"

입력 2017-06-29 18:38
"'안보 미국·경제 중국'은 오산… 한·미동맹 강해야 중국 못덤벼"


[ 임근호 기자 ]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는 ‘샌드위치론’은 잘못된 담론입니다.”

미국에서 ‘한반도 전문가’로 이름 높은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 소장(사진)은 “샌드위치론이 성립하려면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여야 하는데 아직 중국은 군사적·경제적으로 미국에 못 미친다”며 “샌드위치론은 한·미 동맹을 흔든 한국이 자초한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재외동포재단 주최 ‘2017 세계한인학술대회’ 등 국내 여러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중장기적 전략과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1983년 설립됐다. 마이클 아마코스트 전 국무차관, 칼 아이켄베리 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토머스 핑거 전 국가정보위원회(NIC) 위원장 등 미국 정부 출신 인사들이 연구원으로 대거 포진해 있다. 스탠퍼드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신 소장은 2005년부터 12년째 아태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는 그동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고 했지만 안보와 경제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문제”라며 “한·미 동맹이 더 강해야 중국이 한국을 함부로 못 한다”고 말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이 반발하고 있지만 중국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미국 주도 자본주의체제에서 가장 덕을 많이 본 나라”라며 “미·중 관계를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처럼 갈등 관계로만 보기 때문에 한국이 더 힘든 것”이라고 했다.

신 소장은 1983년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갔다. 지금은 한국학 연구자로 유명하지만 처음부터 한국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원래 사회학 이론을 공부하러 갔어요.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외국에서 오히려 한국 사회 분석에 관심이 생겨 박사 때 한국학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아이오와대와 UCLA 교수를 거쳐 스탠퍼드대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미국 정부 간 충돌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현 정부 때도 초반에는 미국과 갈등을 빚긴 했지만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거치며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 강화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워싱턴에선 문재인 대통령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문 대통령도 예전의 학습 효과가 있어 미국과 부딪히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양국 정부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