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윤영희 교수팀
불빛만 감지하던 환자, 큰 글씨 읽을 정도로 회복
[ 이지현 기자 ]
서울아산병원이 국내 첫 인공망막 수술에 성공했다. 망막색소변성 질환으로 강한 불빛만 감지하던 환자는 시력표의 큰 글씨를 읽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윤영희 안과 교수(사진)팀이 지난달 26일 시력을 거의 잃은 망막색소변성 환자 이화정 씨(54)에게 인공망막 기기 아르구스2를 이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식 수술 2주 뒤인 지난 12일 이식 기기와 외부 기기의 전자 신호를 연결하는 작업도 마쳤다. 국내에서 인공망막 이식수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구스2는 소형 카메라가 달린 안경에서 보내는 영상 정보를 안구 내 수신기로 전달한 뒤 망막에 이식한 백금 칩으로 망막신경세포를 자극해 뇌가 시각 패턴을 인식하도록 하는 장치다. 수술 후 이씨는 움직이는 차를 감지하는 수준으로 시력을 회복했다.
20회 정도 재활훈련을 받으면서 사물이나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공간이 어떤 시각 패턴으로 뇌에 인식되는지 훈련할 계획이다. 혼자 일상생활을 하고 보행하는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이씨는 “시력을 잃어가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이 좌절했다”며 “이제는 도로에 차가 지나가고 눈앞에 사람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망막색소변성은 유전성 망막질환이다. 국내 환자는 1만 명가량이다. 이 질환이 있으면 정상 시력으로 태어나도 망막 시세포 기능이 점점 나빠진다. 그동안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었다.
수술을 집도한 윤 교수는 “망막색소변성 치료법으로 유전자치료, 줄기세포치료, 인공망막 이식수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허가받은 치료법은 인공망막 수술뿐”이라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씨를 시작으로 다섯 명의 환자에게 인공망막 이식수술을 할 예정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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