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서 돌풍
척박했던 ECM 사업 역량 강화
제일홀딩스 등 청약 흥행 성공
코넥스 시장·스팩 등도 집중공략
[ 김익환 기자 ]
KB증권은 올해 제일홀딩스 아시아나IDT 등의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을 맡았다. 공모 규모가 각각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어급’이다.
채권발행시장(DCM) 강자인 KB증권이 주식발행시장(ECM)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ECM은 기업들이 유상증자 또는 IPO 방식으로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이다. 상반기 국내 증권사 중에선 IPO 부문 3위까지 올라섰다. 금융그룹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2~3년 안에 ECM 시장 1위를 꿰찬다는 계획이다.
계열사와 손잡고 ‘빅딜’ 꿰차
30일 제일홀딩스가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지난 19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공모주 청약 경쟁은 뜨거웠다. 투자자들이 몰려 경쟁률은 20.67 대 1에 달했다. 제일홀딩스의 공모 규모는 4219억원에 달했다. KB증권이 주관한 IPO 거래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KB증권이 ‘빅딜’을 꿰찬 것은 KB금융그룹과의 협업이 바탕이 됐다. 제일홀딩스 등을 거느린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할 때 인수금융·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 작업에 KB금융그룹 계열사 5곳이 모두 참여했다. 하림그룹은 리파이낸싱으로 인수금융 금리를 연 5.6%에서 연 3%대 초반으로 크게 낮췄다. 이자비용을 대폭 아낀 만큼 KB금융과의 관계와 믿음이 깊어졌다. KB증권은 이를 계기로 제일홀딩스 대표주관사도 따냈다.
KB증권은 2014년부터 코넥스시장과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2015년 코넥스시장에만 10개 기업을 상장시켜 코넥스 상장 주관 건수 1위를 차지하며 입지를 다졌다. 올 들어서는 대기업 계열사 등으로 사업 반경을 넓히면서 ECM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4년 투자 결실 맺다
KB증권은 2009년부터 ECM 사업부를 본격적으로 개척했다. 대신증권 출신인 최성용 ECM 본부장(상무)이 이 증권사로 옮겨오면서 인력을 늘리기 시작했다. 전병조 사장이 2013년 선임되면서 ECM 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10여 명에 그쳤던 ECM본부 인력을 35여 명으로 늘리며 대형 증권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직을 키웠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 ECM 인력들도 KB증권으로 합류했다.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도 이 증권사 ECM 본부에 합류했다.
현대증권과 합병으로 ECM 사업에 힘이 실렸다. 최 본부장은 “ECM 사업부의 전문성과 서비스 품질도 대폭 높였다”며 “하반기에는 바이오·정보기술(IT)·4차산업 전문가를 영입해 이 분야 IPO 실적도 대폭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2~3년 ECM 정상”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KB증권은 올 상반기 IPO 대표주관 실적 상위 5위에 올랐다. 국내 증권사 중에선 3위다.
이 증권사의 올 상반기 IPO 대표주관 실적은 2737억원, 시장점유율은 8.3%에 이른다. 대표주관을 맡고 있는 업체 가운데 아시아나IDT를 비롯해 10여 곳이 올 하반기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올해 IPO 대표주관 금액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전 사장은 “2~3년 안에 리그테이블 IPO 주관 순위(금액기준)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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