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집값은 자유롭게, 세금은 정의롭게

입력 2017-06-28 17:47
수정 2017-06-29 15:50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 박영신 기자 ] 또다시 야단법석이다. 올 들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한 것을 두고 정부 언론 수요자 전문가들까지 가세해 ‘이상 과열, 투기근절, 선제적 대응’ 등을 외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9일 집값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과거 20여 년간 익히 보아온 ‘판박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인터넷 속 ‘다시보기 동영상’을 대하는 느낌이다.

주택시장 패러다임 변했다

정부가 서둘러 내놓은 ‘6·19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를 위한 맞춤형 대응 방안’은 대출 및 거래 규제가 골자다. 구매 수요 억제가 핵심이다. 서울 경기 부산 등 40개 지역을 ‘청약 조정 대상 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들 지역 신규 분양주택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씩 줄였다. 서울에서는 분양권 전매 금지, 재건축 조합원의 경우 새 주택을 1가구만 받도록 제한했다.

주택시장이 이상과열이라고 판단될 때 정부가 내놓는 ‘집값 잡기 대책’은 거의 공식화돼 있다. 주택시장 동향을 정부가 관리하는 해외국가들이 쓰는 공식도 대동소이하다. 1단계로 ‘투자 수요 억제 및 신규 주택 거래 규제(대출 규제+분양권 유통 제한 등)’에 나선다. 이번 6·19 대책도 여기에 속한다. 2단계로 ‘공급 확대(공공택지 조성 등)와 기존 주택 거래 제한’ 카드를 쓴다. 3단계는 ‘세금규제(보유세·거래세 강화)’에 나선다.

주택시장은 만성적 공급 부족에 경기 호황, 저금리, 불확실한 세금 체계 등 ‘호재 3종 세트’와 맞물리면 과열단계로 치닫는다. 이런 경우 정부의 ‘3단계 총력 규제 대책’만으론 불길을 잡기가 쉽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부터 2007년까지가 대표적 사례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침체된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대책을 쏟아냈다. 노무현 정부 들어 ‘호재 3종 세트’가 맞아떨어지면서 단군 이래 최대 활황기를 맞았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로 불길을 잡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최근 집값 동향은 예전과 다른 기준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이 2013년(주택보급률 103%)을 기점으로 ‘만성 수급불균형’이 해소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향후 집값도 ‘전국적 이상과열’보다 ‘국지적 과열’이 일상화되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 수급 상황과 주택 품질 등에 따라 다양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 올 들어 나타난 서울 강남권, 경기 광명 등 일부 지역 급등 현상도 이런 관점에서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과거 1990년대, 2000년대 초반과 동일하게 판단하고 ‘규제 3종 세트’를 들이댈 경우 큰 낭패를 볼 게 뻔하다.

'분수효과' 대책 전환 시급

정부는 이제 인위적 가격 통제 시스템을 내려놓고 ‘자율적 시장기능’이 작동되도록 바꿔야 한다. 시장 활성화를 유도해서 ‘분수효과(성장을 통한 성과 공유)’가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조세정의에 입각한 공정한 부동산 세금체계 정비도 급선무다. 공정세금 체계로 세수를 늘리고, 이를 통해 공공주거 확대 등 주거복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자율적 시장 기능 체제로 정책을 바꿀 경우 주택업계는 지속적인 품질·가격경쟁을 벌이게 되고, 수요자들은 고품질 주택의 선택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도시와 주거단지의 글로벌 경쟁력도 빠르게 높아질 것이다. 시장경제형 주택정책의 선순환 효과다. 새 정부 초기 주택정책 방향이 안타까운 측면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향후가 주목되는 이유다.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